연극 '3일간의 비' 오만석 "다양한 배우 조합이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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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이인 워커와 핍이 서로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오랜만에 상봉한 이들을 싸우게 만든 건 '제인웨이 하우스'라 불리는 값비싼 집 한 채다.
지난달 서울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3일간의 비'는 유산 상속 문제로 재회하게 된 워커와 그의 누나 낸 그리고 이들의 절친한 친구 핍의 이야기를 그린다.
'3일간의 비'의 또 다른 특징은 극에 나오는 모든 배우가 두 가지 캐릭터를 소화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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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아저씨가 그 집을 왜 나한테 물려주셨는지 나도 몰라. 난 그 집 별로야", "뭐라고? 넌 네 의견을 얘기할 자격이 없어!"
친구 사이인 워커와 핍이 서로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오랜만에 상봉한 이들을 싸우게 만든 건 '제인웨이 하우스'라 불리는 값비싼 집 한 채다. 건축가였던 워커의 아버지 네드가 자신이 지은 이 집을 자기 아들이 아니라, 동료 건축가였던 테오의 아들 핍에게 물려주겠다고 유언을 남긴 것이다. 네드는 도대체 왜 자신의 역작인 제인웨이 하우스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핍에게 준 걸까.
지난달 서울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3일간의 비'는 유산 상속 문제로 재회하게 된 워커와 그의 누나 낸 그리고 이들의 절친한 친구 핍의 이야기를 그린다. 워커가 우연히 발견한 아버지의 일기장이 부모 세대가 남긴 진실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1995년과 1960년대를 오가며 극이 전개되는 게 특징이다. 토니상 수상자인 미국의 유명 극작가 리처드 그린버그의 작품으로, 2017년 국내 초연을 선보였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연출을 맡은 배우 오만석은 8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만한 작품"이라며 "쉬운 스토리도 아니고 대사도 많아 (관객이) 집중력에 한계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재연에서는 초연에서 불친절했던 부분을 쉽게 풀어냈다"며 "워커와 낸, 팹 3인의 관계도 좀 더 가벼우면서도 친밀하게 그려내 원작의 느낌을 많이 살렸다"고 강조했다.
'3일간의 비'의 또 다른 특징은 극에 나오는 모든 배우가 두 가지 캐릭터를 소화한다는 점이다. 배우 한 명이 시대를 왔다 갔다 하며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김주현·박정복·김바다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워커와 그의 아버지이자 말을 더듬는 유명 건축가 네드를, 이동하·김찬호·유현석은 워커의 친구 핍과 네드의 동료 건축가 테오를 연기한다.
안희연(하니), 류현경, 정인지는 모범적인 가정주부 낸과 자기주장이 강하고 솔직한 그녀의 어머니 라이나를 소화한다.
오만석은 "개성이 강한 배우 9명이 나이, 경력 같은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여러 조합으로) 크로스오버해 연습해왔다"면서 "배우들의 조합이 달라질 때마다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관전 포인트"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걸그룹 EXID 출신으로 배우로도 활동하는 안희연은 이번 작품이 데뷔 후 첫 연극이다.
그는 "연기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를 못해본 상태에서 5년간 연기 활동을 하면서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꼈다"며 "부족함을 채우고 싶다는 욕구가 항상 있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배우는 중"이라고 연극 무대를 밟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늘 하던 대로 (연기하는) 그 인물에 정성스럽게 다가갔다"며 "낸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된 사람이고, 라이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배경 때문에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초연과는 달리 재연은 층고가 높은 이해랑예술관에서 열리는 만큼, 실제로 비가 오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무대에 물이 뿌려진다. 일부 배우는 비를 맞은 채 연기한다.
오만석은 "초연 때 있었던 라이브 연주를 빼고 비를 내리는 선택을 한 게 비주얼 측면에서 초연과 가장 큰 차이"라며 "비가 내린 날에 테오의 상태나 인물 간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이미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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