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아파트 철근누락 현실로? 경기도 2만 가구 '조마조마'
경기 남부지역에 위치한 A아파트 단지. 23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인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지하 1~3층)이 무량판 구조로 건설되고 있다. 이 단지는 건원엔지니어링이라는 업체가 감리를 맡고 있다.
건원엔지니어링은 무량판 기둥 12개에서 전단보강근이 빠져 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파주운정 A34블록(초롱꽃마을 LH3단지)의 부실 시공을 걸러내지 못했던 업체다. 감리는 설계 시공상 오류를 잡아내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지만, 이를 잡아내지 못해 경찰 수사까지 앞두고 있다.
무량판 구조로 설계돼 국토교통부의 조사 대상이 된 아파트 중 건원엔지니어링이 감리를 맡았던 경기도 아파트는 A아파트 외에도 두 곳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곳 역시 지하주차장이 무량판 구조인데, 이 가운데 한 곳은 이미 공사가 끝나 2019년 입주를 마쳤다. 이 아파트에는 현재 약 10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초롱꽃마을 LH3단지의 또 다른 감리업체였던 신화엔지니어링 역시 경기도에서만 민간 무량판 아파트 3곳을 감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한 단지는 이미 준공됐다.
LH 철근 누락을 잡아 내지 못했던 감리업체가 설계를 맡은 단지도 있었다. 초롱꽃마을 LH3단지의 부실 감리 책임이 있는 한빛엔지니어링은 경기도 소재 나 홀로 아파트(130가구)를 무량판 구조로 설계했다. 이 아파트는 거주동 지상층(1~20층)이 모두 무량판(혼합식) 구조로 돼 있다. 한빛엔지니어링 역시 LH 팀장 출신 대표를 포함해 3명이 LH 전관으로 밝혀진 업체다.
이처럼 LH 무량판 아파트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민간 아파트 공사에도 대거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미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둔 해당 아파트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큰 파장과 혼란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건축사사무소는 설계와 감리 업무를 병행한다. LH 음성금석 A2(금석주공아파트)단지 철근 누락의 책임이 있는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경기도 한 공공주택지구에서 2개 단지를 설계했고, 신도시 두 곳에서 각각 1600여 가구, 800여 가구 규모 아파트에 감리 업체로 참여했다. 이 4개 단지 모두 지하주차장이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다. LH 양산사송 A-2 단지의 설계를 맡았던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는 경기도에서 무량판 아파트 한 곳을 감리, 다른 한 곳에선 설계업체로 참여한 바 있다. 두 곳 모두 준공이 된 단지로, 이중 한 곳은 주거동 일부(맨 꼭대기층)가 무량판 방식으로 지어졌다. LH 양산사송 A-2는 무량판 기둥 650개 중 7개에서 철근 누락이 적발된 곳이었다.
철근 누락 LH 아파트를 시공한 건설사(시공사)가 경기도에서 시공한 무량판 아파트도 두 곳(지하주차장)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근 누락 LH 아파트인 광주선운2 A-2와 양산사송 A-8을 각각 시공한 효성과 대우산업개발은 지하주차장이 무량판 구조로 된 단지를 경기도에서 한 단지씩 지었다. 단 LH 아파트 중 철근 누락의 직접적 원인이 '시공 오류'였던 곳은 남양주별내 A25블록 등 3개 단지였는데, 여기에 시공사로 참여한 업체는 경기도 무량판 리스트엔 없었다.
한편 경기도 무량판 아파트 95곳 중 주거동이 일부라도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단지는 22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1층(또는 2층) 등 저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절반 이상이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곳도 10곳이나 된다. 지하 6층~지상 49층으로 설계된 경기도 소재 B아파트 단지는 지하와 최상부층을 제외한 지상 1층부터 45층까지가 모두 무량판 구조로 설계되기도 했다. 나머지 73개 단지는 지하주차장만 무량판 구조로 조사됐다.
주거동은 100% 무량판 구조인 지하주차장과 달리 벽식과 무량판 구조가 혼합된 무량복합식(혼합식)으로 설계된 곳이 대부분이다. 기둥과 벽체가 아파트 하중을 분산시키는 혼합식 구조는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훨씬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민간 아파트에도 철근 누락이 발견된다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부분 단지는 이미 입주를 한 상황이다. 준공 전 단지들은 수분양자들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이미 새 집에 들어간 입주자들은 소송 등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등 대혼란이 예상된다. 경기도 소재 민간 무량판 아파트 역시 95개 단지 중 65곳은 이미 준공돼 입주를 마친 상황이다.
이번 민간 무량판 아파트 점검에서 공사 완료 단지들은 공사가 진행 중인 곳들보다 점검이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설계도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준공 단지는 이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 동의 절차가 수반될 수 있어 주민 간 혹은 건설사와 갈등이 생길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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