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만으로 공급망 무너진것 아냐 … 복원 되려면 멀었다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서진우 기자(jwsuh@mk.co.kr), 송민근 기자(stargazer@mk.co.kr) 2023. 8. 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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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용 서울대 교수·코스토바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 대담
더 싼곳 찾아 연쇄 아웃소싱탓
제조·조직 역량에 구멍생긴것
엔데믹에도 공급망 문제 여전
R&D기지 그 분야 강국에 둬야
인재확보 쉽고 혁신 동력 생겨

◆ 전미경영학회 ◆

타티아나 코스토바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오른쪽)와 송재용 서울대 교수가 7일(현지시간) 전미경영학회 연례회의를 맞아 미국 힐튼 보스턴 백베이 호텔에서 대담하고 있다. 코스토바 교수는 이날 제2회 현대차 우수 국제경영학자상을 받았다. 보스턴 윤원섭 특파원

국제경영학계 석학인 타티아나 코스토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가 7일(현지시간) 전 세계 공급망 문제에 대해 "팬데믹이 공급망 문제를 불러일으킨 건 사실이지만 핵심 원인은 아니다"며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코스토바 교수는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해외시장 진출 시 현지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다소 위계적인 문화가 자칫 현지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스토바 교수는 이날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제83회 전미경영학회(AOM·Academy of Management) 연례회의장에서 송재용 서울대 교수(전 AOM 국제경영분과 회장)와 별도 대담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 코스토바 교수는 이날 제2회 현대자동차 우수 국제경영학자상도 받았다.

코스토바 교수는 미네소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6년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대가다. 특히 그는 다국적 기업의 해외 진출 전략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으로 전 세계 기업과 정부에 자문해 오고 있다. 다음은 송 교수와 코스토바 교수 간 대담.

―글로벌 공급망 붕괴 문제가 팬데믹 종식과 함께 끝났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 공급망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팬데믹이 공급망 문제를 불러일으킨 건 사실이지만 핵심 원인은 아니다. 팬데믹은 공급망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는지 생생히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공급망 붕괴는 기업과 정부 모두 글로벌 경제 활동 방식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촉매제가 됐다.

―팬데믹 전부터 공급망 문제를 일으킨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서양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서 생산 비용 차이가 계속해서 줄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웃소싱,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아웃소싱에 의문이 제기됐다. 예컨대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비용이 더 싼 곳으로의 투자 이동이 시작됐다. 둘째, 기업들은 아웃소싱이 너무 과도해졌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이제는 너무 복잡하고 다층적이고 파편화돼 고급 경영 기법을 사용해도 상당한 위기와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 셋째, 아웃소싱으로 인해 중요한 제조·조직 역량이 공동화됐다. 특히 미국이 여기에 해당된다. 원자재뿐 아니라 중간재, 디자인, 전략까지 아웃소싱하게 된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요한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최근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등을 통해 산업을 다시 복원하고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자 한다.

―칩스법은 미국식 보호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보호주의는 아니라고 본다. 칩스법은 세계 공급망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급망 위기와 취약성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단지 비용이 낮고 시장이 성장하는 곳에 집중하기보다 현재 다극화된 세계에 퍼져 있는 인재와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이득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전망은.

▷정치적 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두 강대국 간 갈등이 당사국을 넘어 비즈니스에 엄청난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양국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두 국가 간 균형이 변함에 따라 성격도 바뀌고 있다. 단기적으로 기업들은 미·중 갈등이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갈등 상황이 정상화하고 건전한 경쟁관계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에 조언하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양극단의 나라다. 한국이 집단적, 위계적, 위기 기피적이라면 미국은 극단적으로 개인주의적이며 위기를 선호하는 문화다. 한국 기업은 문화적 차이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미국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다만 양국은 제도적 관점에서는 매우 가까이 있다. 두 국가가 모두 매우 성숙되고 안정된 시장 중심의 제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면서 제도적 유사성을 활용하는 것이 양국의 비즈니스 협력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비해 혁신에 뒤진다는 지적이 많은데.

▷연구개발(R&D) 기능의 세계화를 추진해보라. 이를 통해 많은 기업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이 특정 산업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를 선정하고 이 국가에 R&D 시설을 설치해보라. 이를 통해 해당 국가에서 혁신의 생태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경쟁사를 모니터링함과 동시에 강점을 배울 수 있다. 또 현지에서 활용가능한 뛰어난 인재를 뽑을 수도 있다. 이 전략은 과거 일본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용됐다. 이 전략은 또한 조직을 더 개방시킴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성숙도를 높이고 평판도 개선시킬 수 있다.

[특별취재팀=보스턴 윤원섭 특파원 / 서울 서진우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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