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네"… 30만원 이체한도 족쇄 푼다
2016년부터 신규계좌 개설 때
재직증명·급여서류 등 안내면
하루 금융거래 한도 규제 적용
대포통장 방지가 목적이지만
주부·학생·취준생 불편 초래
소규모 업체 대표 A씨는 새로 개설한 계좌로 직원들 급여를 이체하려 했지만 인터넷뱅킹 거래 한도가 3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며칠에 걸쳐 쪼개기 송금을 해야 했다. 한도를 풀기 위해 은행에 문의했지만 신규 법인으로서는 제출이 어려운 납세증명원, 부가가치세증명원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답변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은행, 저축은행 등에서 금융거래 시 송금이나 이체 금액이 제한됐던 한도제한계좌의 거래 한도가 상향된다. 2016년 금융사기에 쓰이는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해 도입된 지 7년 만이다. 금융당국과 국무조정실은 은행권 의견수렴을 거쳐 한도 상한선을 재설정해 연내 발표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8일 금융거래 한도 제한 합리화를 주제로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손동균 규제총괄정책관은 브리핑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포통장 근절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국민 불편을 완화하고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새 계좌를 만들어도 한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선 급여와 사업 등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서류가 필요하다. 해당 목적이 서류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으면 개설된 통장은 한도제한계좌로 설정된다. 과거에는 미성년자, 외국인, 단기간에 여러 계좌를 만든 사람에게만 적용됐지만 2016년부터 서류 확인 대상자가 모든 신규 통장 개설자로 확대됐다.
개인의 경우 증빙서류로 재직증명서·급여명세표·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이 주로 쓰이고, 법인은 물품공급계약서·세금계산서·납세증명서 등을 제출해 한도를 해제한다. 다만 이는 자율 규제 성격이라 은행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다르다. 이용자가 증빙서류를 내지 못하면 1일 금융거래 한도가 인터넷뱅킹 30만원, 현금자동입출금기 30만원, 창구 거래 100만원으로 제한된다. 문제는 전업주부나 청년, 고령층 등 소득 증빙이 어렵거나 거래 실적이 없는 사람들은 한도 제한을 해제하기 어려워 정상적인 금융서비스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신규 개설한 자신의 계좌가 한도제한계좌인 줄 모르고 목돈을 넣었다가 한도를 풀지 못해 거액이 묶이는 사례도 발생했다. 은행마다 한도 제한 해제를 위해 요구하는 서류가 다른 점도 불만 요인으로 꼽혀왔다. 몇몇 은행에서는 3개월 이상 급여 이체 실적이나 1년 이상 거래 실적을 요구한다. 일부 은행은 한도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대출이나 적금 가입을 요구하는 관행도 있어왔다.
규제심판부는 "해외 사례 등을 감안해 거래 제한 한도를 상향 추진하되 구체적 한도 규모는 은행권과 협의한 뒤 규제심판부와 상의해 연내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한도제한계좌가 이용자의 금융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임에도 법적 근거 없이 금융당국 지침에 의해 시행돼왔다며 제도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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