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밀도 털렸다 中해커 공격받은 日

방위성 기밀정보에 접근한 듯
WP "日현대사 가장 큰 피해"
일본 정부는 "사실 확인 안돼"
한미일 정상회의 의제 가능성

최근 중국 해커가 미국 고위 당국자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이들이 일본 방위성의 최고 등급 기밀정보에도 접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사이버 방위 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시각과 함께 미·일 간 정보 공유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20년 말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중국 인민해방군(PLA) 소속 해커가 일본 방위성 네트워크에 침투한 사실을 발견해 일본 측에 알렸다. 해커는 일본 최고 보안망에 침입해 군사 계획과 전력 상황·결점 등 기밀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고자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WP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일본 현대사에서 피해가 큰 해킹 사건 중 하나로, 이에 대해 전직 미군 고위 당국자는 "충격적으로 심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폴 나카소네 당시 NSA 국장과 매슈 포틴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곧장 일본으로 날아가 해당 사실을 방위상에게 직접 전달했으며 총리에게도 알리도록 요청했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말기로, 이 사안은 차기 NSC 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에게도 보고됐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일본의 사이버 방위 상황은 미국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정권이 출범한 무렵에도 중국 해커가 일본 네트워크에 계속 침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2021년 하반기 들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일본에 사이버 방위 대책을 강화하지 않으면 정보 공유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이후 일본은 미국 감독 아래 5년간 사이버 방위 예산을 10배 늘리고, 군 사이버 보안 인력을 4000명으로 4배 증원하는 등 네트워크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WP 보도가 나온 뒤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일본은 사이버 방위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중국 해커의 공격으로 안보 기밀이 유출됐다는 WP 보도를 부정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8일 기자회견에서 "자위대 능력이 노출될 수 있어 대답을 삼가겠다"면서도 "사이버 공격으로 방위성이 보유한 기밀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의 각종 고급 군사정보를 한국보다 더 많이 제공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한·미·일 삼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삼각 안보체제 구축에 공들여왔다. 하지만 미·일 정보 공유에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한·미·일 안보체제 구축 논의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사이버 방위와 관련된 사안이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과 우방국에 대한 중국 해커의 공격은 한층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망을 향한 중국 해커의 공격으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고위 당국자를 포함해 25개 기관의 이메일 계정이 해킹되기도 했다.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