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예산 1000억 어디로?"…'삼성·LG 보유국' 韓, 'K-기업' 없으면 어쩔 뻔
삼성·SK·현대차·LG, 사업장 개방으로 尹 '관광 추가' 해법 호응…"인재 확보 기회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우리나라에 재난이 닥칠 때마다 '해결사'로 나서고 있는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난장판'이 된 새만금 잼버리 사태에서도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잼버리 지원책으로 대규모 물품·인력 지원에 나선 한편,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도 잇따라 준비해 위기 속에서도 미래 인재 영입 기회까지 잡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 현대자동차에 이어 LG전자도 폭염과 시설 미비 등으로 위기에 처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정상화를 위해 물품 지원에 이어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사업장 개방에 나섰다.
◆"정부보다 낫다"…韓 기업, 잠자리 내주고 화장지·비누까지 지원
LG전자는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 내 임직원 교육 연수시설 러닝센터(Learning Center)를 잼버리 참가자 숙소로 제공키로 했다. 기상 악화 우려로 인한 잼버리 영지 대피에 따른 것으로, 평택 러닝센터 숙소에는 몰디브, 핀란드 등에서 온 24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머물게 된다.
LG전자 평택 러닝센터 숙소는 샤워실과 화장실을 포함한 원룸 형태의 1인 1실로 운영된다. LG전자는 참가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두고 사내 병원을 개방하는 한편, 응급상황에 대비해 평택 시내 병원 응급실과 연계해 구급차를 24시간 대기 운영한다.
또 참가자들의 종교·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해 일반식 외에도 채식, 할랄 등의 추가 식단을 준비하는가 하면 이슬람 기도실도 마련한다. LG전자 직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40여 명은 참가자 10명에 1명꼴로 현장에 투입돼 통역 등 필요한 자원봉사와 참가자 케어를 제공한다.
LG전자는 남은 행사 기간 동안 ▲도자기, 부채 등을 만드는 전통문화체험 ▲대표적 K컬쳐 난타공연 관람 ▲국립중앙박물관 견학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한다.
LG는 그룹 차원에서도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지난 6일에는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생수와 이온음료 총 20만 병, 넥쿨러 1만 개, 휴대용 선풍기 1만 대, 냉동탑차 6대, 그늘막(MQ텐트) 300동, 생활·위생용품 5만 개 등을 지원했다.
삼성은 주요 기업 중 가장 먼저 잼버리 행사 수습에 나섰다. 지난 4일 저녁에는 음료 20만 개를 현장에 보냈고, 5일에는 삼성병원 의료지원단 파견과 간이 화장실 및 전동 카트 지원 등에 나섰다. 6일에는 임직원 150명까지 투입하고, 삼성전자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결정했다.
삼성은 당초 잼버리 후원사로 나서 참석자들에게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를 지급한 바 있다. 보조배터리는 개당 4만~7만원대로, 이미 17억~30억원어치 물품을 지원했다. 하지만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행사를 개최한 탓에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자 삼성은 해결사로 다시 나섰다.
보다 못한 삼성이 지난 4일부터 연일 잼버리 수습에 나서자 다른 기업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HD현대는 지난 5일 임직원 봉사단 120여 명을 현장에 긴급 파견했고, 자체 준비한 비품으로 화장실 등 대회장 시설 정비에 나섰다. LS도 발전기와 대형 내동 컨테이너, 생수 10만 병, 컵얼음 5만 개를 긴급 지원했다. 롯데그룹을 비롯해 SPC, 이마트, 쿠팡 등 일부 유통 기업들 역시 물심양면으로 잼버리 참가자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주요 경제 단체들도 삼성이 나선 이후부터 움직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냉동 생수 10만 병을, 한국무역협회는 쿨스카프 4만5천여 개를,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 개를 긴급 지원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후원이 이어지면서 잼버리 대회가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일각에선 조직위의 부실 운영을 두고 비판했다. 또 각 업체들의 지원책을 살펴보며 비누, 화장지 등 기본적 생활용품까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한 네티즌은 "잼버리 예산이 1천억원 배정됐다고 들었다"며 "왜 기업들에게 비누와 화장지, 빵과 물까지 지원 받아야 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위기를 기회로"…글로벌 미래 인재 선점 나선 'K-기업'
부실 운영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잼버리를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기업들은 이번에 사업장 개방 카드를 꺼내 들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가는 모습이다. 또 일부 참가국의 조기 퇴영 사태를 방지하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잼버리 관광프로그램 추가' 해법에 호응하고자 사업장 개방에 나선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을 알리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에 맞춰 LG전자는 잼버리에 참가 중인 학생들이 자사 첨단 산업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평택 LG디지털파크 전장 부품 생산라인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LG그룹 차원에서도 가전과 로봇, 디스플레이, 전장 제품과 배터리 등 LG 미래기술과 핵심 주력제품이 있는 전시장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이노베이션갤러리와 LG전자 창원·구미 사업장의 스마트팩토리 견학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생태수목원인 화담숲의 자연 생태 체험 등 관광 및 체험 프로그램 지원도 계획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전주공장을 네덜란드, 일본, 말레이시아 국적의 사전 신청한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상으로 개방했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연간 10만3천 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춘 상용차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으로, 최근에는 친환경 차량인 전기·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등의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잼버리에 참가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픈 캠퍼스'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평택 또는 화성 반도체공장, 수원 삼성이노베이션 뮤지엄(SIM) 견학 프로그램을 스카우트 학생들에게 제공해 글로벌 미래 인재들이 한국의 첨단 IT 산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수용 가능한 인원은 하루 550여 명에 달해 새만금 이외 지역에서 활동을 원하는 잼버리 참가자 수요를 상당부분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도 일부 계열사들의 사업장을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소개했다. SK텔레콤은 전날 서울 을지로에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체험관 '티움' 견학 프로그램을 잼버리 대원들에게 제공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부터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사업장에서 하루 100여 명이 참가할 수 있는 공장 투어를 진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잼버리 관광 프로그램 확대 방침에 기업들이 일조하는 한편, 스카우트 대원들에 기업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최근 들어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등 제조업의 경우 인력 부족이 난제로 꼽히고 있는데 이번 일을 통해 글로벌 시장 우위를 선점하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K-기업'의 경쟁력을 알리는 한편, 잠재적 인재 확보 채용 측면에서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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