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 "완벽한 이병헌, 내 슬럼프의 원인이었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얼마 뒤면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베테랑 배우이지만 여전히 연기가 어렵고 부족함이 보인단다. 스스로를 혹독하게 채찍질하는 탓에 슬럼프도 많이 겪었다고. 그럴 때마다 박보영을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 건 선배들의 솔직한 조언과 응원들이었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대지진으로 하루아침에 폐허가 된 서울에서 멀쩡하게 남은 단 하나의 건물, 황궁아파트에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18년 '너의 결혼식' 이후 약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박보영은 "사실 촬영은 이미 다 완료된 상태였는데 개봉이 밀리다 보니 의도치 않게 공백기가 생기게 됐다. 공백을 두고 싶어 하는 편이 아닌데 예상과는 다르게 텀이 생겼다"는 소감을 전하며 "이번엔 기존에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스타일의 작품에 도전하게 됐다. 회사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님께서 다양한 스타일의 대본을 주셨는데, 그러던 와중에 회사에서 준비 중인 '콘크리트 유토피아' 대본을 보게 됐다.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고, 덮으면서 '너무 하고 싶다, 혹시 캐스팅이 다 끝났냐'고 물어봤다. 좋아하는데 지금까진 못 해봤던 장르라 이번엔 꼭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합류의 이유를 밝혔다.
"특히 작품이 품고 있는 메시지가 좋았다"라는 박보영은 "어떤 사람이 특출나게 나쁘거나 좋거나 그런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보면 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이라는 게,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게 나중에 보니 방향이 달라진 것뿐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낸 게 좋았다"라며 "필모그래피에 이 작품을 넣었다는 게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게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향한 높은 만족감을 표한 그이지만, 자신의 연기만큼은 "아쉬움이 많다"라고 해 시선을 끌었다. 그는 "시사회를 통해 처음 작품을 보는 데 내 연기밖에 안 보이더라. 그야말로 아쉬움 투성이였다. 방금 전 한 연기도 아쉬운 데 2년 전에 했던 연기이다 보니 더 아쉽더라. 더군다나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선배들이 다 대단하신 분들이다 보니 더 비교가 됐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보영은 "이병헌 선배의 연기를 곁에서 보다가 슬럼프까지 왔다"라고 고백하며 "내가 얼마나 모자란 배우인지 알게 됐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안구를 갈아 끼울 수 있을까, 배우는 저런 사람이 배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예열도 필요 없어 보이는 선배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난 모든 게 어렵고 혼란스러운데, 함께하는 병헌 선배는 늘 정답을 찾고 심지어 복수의 정답을 갖고 오다 보니 슬럼프가 안 올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박보영이 이런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했다. 자신이 이병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것. 박보영은 "'난 이병헌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위기를 넘겼다"라고 밝히면서 "병헌 선배는 일할 때 정말 빈틈이 없다. 연기를 하면서도 스태프를 챙기고, 혹여나 감독님이 자신을 어려워하실까 봐 먼저 다가가 수정 사항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 덕분에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슬럼프를 겪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을 터. 실제로 연기를 할 땐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세우는 탓에 지금껏 수도 없이 슬럼프에 빠지곤 했었단다. 그리고 그럴 때 박보영은 선배들의 위로와 말들을 통해 위로를 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박보영은 "과거에도 슬럼프에 많이 빠지곤 했는데, 그땐 같이 연기했던 선배들에게 많이 의지했다. 특히 선배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과거 김혜수 선배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본인도 후회의 순간이 있다고 하더라. 그때 '김혜수와 같은 선배들도 여전히 이런 고민을 하시는구나' 공감이 되면서 위안이 됐다. 난 아직 그 근처도 못 가봤는데 내가 지금 하는 고민은 어쩌면 당연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선배들한테 물어봐도 비슷하더라. '매 순간 간장하고 무섭다'고 했다. 선배들의 그런 솔직한 말들을 들으니 큰 위로가 됐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난 아직 병아리인데 고민을 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새롭게 얻은 건 무엇일까. 박보영은 "조금이지만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린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고 전하면서도, "다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아예 새로운 변신을 했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기존에 갖고 있던 것에서 약간의 변주만 준 것 같아 계속 문을 잘 두드려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더 새로운 도전에 임하며 점차 젖어들게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개인적으론 영역이 동그랗고 균형 있게 커지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아직까진 세모난 모양의 배우로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겁이 날 때도 있죠. 하지만 그 안에서 나도 몰랐던 재미나 배움을 찾을 수도 있기에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어 박보영은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냐는 물음에 "욕심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는 거다. 하지만 이룰 수 있을진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연기를 한다는 건 참 어려운 것 같다"라고 답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박보영 | 콘크리트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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