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없는 종신형·살인예고글 처벌 … 법안 쏟아져
강남역 사건·정유정 사건 등
이슈때 발의 이후 잠잠 반복
趙 "감자 식기전 요리해야"
서울 신림역에 이어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 '묻지마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자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쏟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비롯해 살인 예고 글에 대한 형사처벌법 등이 대표적이다. 발의에 나선 의원들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이슈가 지나가면 계류된 법안만 남는 현상 반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을 9일 발의하기로 했다. 조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피해자와 가족을 보복 범죄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를 신속히 도입해 보복 범죄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 의원 법안의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묻지마 강력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흉악 범죄 형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공감한 것이다. 조 의원 측은 여야가 법안 발의에 함께 참여했고, 법무부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법안이 조기에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행법상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의 경우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뒤 행정처분으로 가석방될 수 있다. 조 의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뿐만 아니라 이 같은 가석방 조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법안에 함께 담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살인 예고 글 작성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법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 오전 7시까지 인터넷상에 올라온 살인 예고 글은 187건에 이른다. 살인 예고 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홍 의원이 검토하고 있는 개정안에는 살인 예고와 같은 게시물로 시민들의 공포심을 유발하고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처럼 각종 법안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야 관계가 극과 극인 상황에서 이슈가 잠잠해지면 법안 처리가 밀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폭행하거나 살해한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과 '정유정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지난 6월 당정은 중대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를 확대하는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 이와 관련해 특정 강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2016년에도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묻지마 범죄가 있었는데, 입법 논의는 특정 이슈가 불거질 때만 '반짝'하고 다시 잠잠해지는 현상이 반복돼왔다"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을 때 감자가 식기 전 요리하는 게 정치의 책임이고 의무"라며 "최대한 빨리 법사위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해 이달 혹은 다음달에 소위에서 논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이슈가 시간이 지나면 확 식어버리고 다른 이슈에 파묻히는 경우가 많다"며 "(살인 예고 글의 경우) 해외 입법에서도 엄격하게 다루고 있고,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라서 개정안을 내고 세미나를 여는 등 조속한 처리를 위한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유경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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