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맛집 모시자"…백화점 F&B 전쟁
쇼핑 유도 '분수효과'는 덤
롯데월드몰 맛집 성지 즐비
현대百 리뉴얼후 매출 31%↑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 재단장
백화점 업계가 식음료(F&B) 매장 강화에 사활을 걸고 때아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통하는 인기 맛집을 모시는 것만으로 집객 효과가 크고, 식음 자체가 전체 매출에서 최대 2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마나 폭염 등 기상 여건이 악화하는 여름에 실내에서 머무르려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식음 매장은 다른 쇼핑 매장으로까지 고객 발길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잠실 롯데월드몰 1층에 200㎡(약 60평) 규모로 영업을 시작한 '런던베이글뮤지엄'에는 오전 7시부터 이곳을 찾으려는 고객 수백 명이 줄을 섰다. 개점 후에도 줄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SNS 맛집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서울 종로에 1호점인 안국점을 연 뒤 '연예인도 줄 서는 맛집'으로 이름을 알린 베이커리·카페다. '베이글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꼽힌다.
대형 유통시설에 처음 입점한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세월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6개월여간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다. 통상 신규 매장 인테리어에는 2~3개월이 소요되지만 롯데백화점 측이 브랜드를 모시기 위해 깍듯하게 대우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3월 잠실 롯데월드몰 5~6층에 플래그십 매장을 연 도넛 디저트 전문점 '노티드월드'도 매일 3000명 이상이 방문하며 꾸준히 인기다. 평균 1시간 넘게 대기해야 입장할 수 있다. 이 밖에 롯데월드몰은 지난해 7월 마제소바 전문점 '칸다소바', 나고야식 히쓰마부시(숯불 장어덮밥)로 유명한 '해목', 궁중 음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식 다이닝 전문점 '동화고옥' 등을 차례로 유치하며 '맛집 성지'로 매장 전체를 꾸미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이 유명 맛집 모시기에 나선 것은 어떤 식음 매장을 보유했는지에 따라 오프라인 공간의 인지도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식음 매출도 전체의 20% 안팎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7월 식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월드몰에 특정 식음 매장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전하면 '8월에 잠실을 반드시 가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SNS에 폭발적으로 올라온다"며 "오프라인 공간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식음 매장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설명했다. 식사하거나 디저트를 구매하려는 고객이 백화점을 들른 김에 다른 매장에서 쇼핑까지 즐기는 '분수효과'도 크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전면 재단장을 마치고 선보인 압구정 본점 지하 1층 식품관도 고객 반응이 뜨겁다. 전면 재단장 이후 한 달(7월 4일~8월 3일)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이곳을 '미식'과 '다이닝 공간'의 합성어인 '가스트로테이블'로 명명하고, 유명 셰프가 개발한 레스토랑과 국내외 디저트 브랜드 28곳을 들였다.
현대백화점은 "국내 1호점으로 선보인 일본 도쿄 생캐러멜 시폰케이크 전문점 '마사비스(MERCER bis)'의 인기 상품은 점심시간대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며 "앉은 자리로 음식을 가져다주고, 테이블에서 휴대전화로 주문·계산까지 바로 해결하는 테이블오더 서비스가 호평 일색"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이곳에 오는 11월 베이커리 브랜드 '베즐리'와 에스프레소바 등 커피와 디저트를 중심으로 하는 새 공간 '뉴트럴존'도 추가로 연다.
신세계백화점은 15년 만에 강남점 식품관을 재단장하고 있다. 기존 식품관에 센트럴시티 파미에스트리트와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철수 공간을 더해 1만9834㎡ 규모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현재 국내 백화점 중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보유한 더현대서울(1만4876㎡)보다 더 크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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