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고성 지르다 뛰쳐나간 친명계 변호인

대북송금 재판 또 파행
"이화영, 檢에 회유당한 것"
재판부 기피신청서 등 제출
李 "증거의견서 못읽어" 당혹

8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기존에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해광 대신 참석한 변호인이 "'대북송금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은 회유와 협박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해당 변호인은 2020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변호인은 "이 전 부지사와 합의한 뒤 낸 의견이 아니다"며 반발하는 검찰과 언쟁을 벌이다 중도 퇴정했고 재판은 1시간 만에 파행했다.

이날 공판에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 신분으로 참석한 법무법인 덕수 소속 김형태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납한다는 걸 당시 이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데 대해 부동의한다는 증거의견서를 제출했다. 또 재판을 심리 중인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에 대해서도 "검찰 공소장에 없는 내용으로 증인 신문을 한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서를 냈다.

김 변호사는 곧이어 "(증거의견서가) 피고인의 입장인지 확인해 달라"는 검사 측 요구에 "당신이 변호사냐"고 따졌고, 검사는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느냐"고 맞받으며 언쟁을 벌였다. 이어 검찰이 "피고인과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변호인이) 오로지 검찰 조서를 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오신 게 아닌가"란 의문을 제기하자 김 변호사는 "무슨 미션을 받느냐"며 반발했고, 재판부가 언성을 높이면서 발언을 제지하자 "왜 소리를 지르느냐. 예의를 지켜라"라며 중도 퇴정했다. 그는 퇴정하며 변호인 사임서도 함께 제출했다.

이 전 부지사는 김 변호사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변호인의 증거의견서를 읽어봤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못 읽어봤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재판부 기피신청서 제출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다"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이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적어 왔다. 일방적인 피고인 의사 방해"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재판부도 "증거의견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변호사의 변호인 사임서는 본인의 뜻에 따라 수리했다.

김 변호사는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 소속이었다. 그는 당시 3심부터 변호인단에 합류해 활동하며 무죄 판결을 주도하는 등 이 대표 측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관련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대북송금 관련 재판은 이 전 부지사의 태도 변화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검찰 간 기싸움이 가열되며 한 달째 공전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