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떨이 매물'에 계약금 포기까지···이자 20% 줘도 투자자 못구해
◆ 인허가후 미착공 부지만 324곳
분양 땐 연 수익률 20% 됐지만
지금은 손해보고 내놔도 안팔려
PF대출 후순위 금리 25% 달해
시행사 자체자금 투입 버티기도
지난달 14일 입주를 시작한 ‘GL메트로시티 향동’의 일부 호실이 최근 분양가보다 4000만~1억 원 싸게 매물로 나왔다. 2020년 분양 당시 사무실 안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한 특화 설계를 앞세워 순식간에 완판됐던 물건이다. 하남 미사에 위치한 ‘현대클러스터 3차’ 역시 인근 중개업소에서 2000만~3000만 원의 마이너스프리미엄(마피)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직 입주를 하지 않은 ‘안양 더리브 디하우트’와 ‘우성테크노파크 수원정자’ ‘광교 더퍼스트’ 등에서는 계약금을 포기한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한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았던 지식산업센터가 최근 들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그간 개인투자자들에게 주택 규제를 피한 대체 투자처로 대접받았다. 아파트와 달리 청약 제한이나 종합부동산세, 전매 제한 등의 규제가 없고 은행 대출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80%까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똑같이 생겼지만 법적으로는 오피스여서 ‘라이브 오피스(LIVE OFFICE)’라는 이름도 붙었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2020년부터 2022년 2분기까지 연평균 20%가 넘는 기록적인 가격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수천만 원씩 웃돈을 얹어가며 입주권을 사들였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전 정부에서 주택 규제가 심해지자 다른 투자처로 돈이 몰렸다”며 “특히 지식산업센터는 건물의 소유를 쪼개서 투자하는 자산인 만큼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개인들이 사들인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지난해부터다. 2020년 분양 당시 2% 후반대였던 대출금리가 7% 이상으로 크게 뛰자 대부분 대출을 끼고 매입한 개인투자자들이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시장 호황기에 착공된 지식산업센터들이 잇따라 준공되면서 신규 공급도 과잉 추세에 들어섰다. 한 분양 관계자는 “시장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면서 신규 분양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5%씩 할인분양을 개시해도 여전히 미분양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착공을 앞둔 개발 사업장들도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인허가를 받고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않은 미착공 부지가 324곳에 달한다. 매달 브리지론(토지 매입 대출금) 이자를 납입하며 착공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구했지만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이테크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의 한 사업지는 올해 1770억 원 규모의 PF대출을 모집했지만 연 20%가 넘는 금리에도 후순위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을 내려야 그나마 분양이 될 텐데 애초에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공사비까지 천정부지로 올라 사업 수지가 나오지 않는다”며 “신규 투자를 검토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시장에서 지식산업센터 PF대출 금리는 중순위 13~15%, 후순위 20~25%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1년 새 무려 7~12%포인트 오른 것이다.
시행사가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도 늘었다. 브리지론 이자만 납입하다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결국 공매로 넘겨지면 땅값도 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PF 기표(투자 승인)를 앞둔 경기도 안양의 한 사업장은 시행사가 100억 원이 넘는 자체 자금을 넣으면서 겨우 투자자를 확보했다. 혹은 신용도가 비교적 높은 시공사가 리스크를 짊어지기도 한다. 마스턴투자운용이 시행하는 구로구 구로동 지식산업센터 사업장은 전체 사업비 4000억 원 중 2300억 원을 PF로 조달했는데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책임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비도 기성불(공사 공정에 따라 지급)이 아닌 분양불(분양률에 따라 지급)로 받기로 하면서 투자자를 겨우 확보했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시공사가 자체자금을 투입해 공사를 마치는 구조로 대주단의 자금 미회수 리스크를 크게 줄인 셈이다.
한편 겨우 준공이 되더라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매로 넘겨지는 물건 또한 늘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34건이던 지식산업센터 경매 진행 건수가 올해 46건으로 35%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매각률은 평균 45%에서 33%로, 낙찰률도 87%에서 72%로 낮아졌다. 2021년 당시 매각가율이 100%를 넘는 등 낙찰가가 감정가를 뛰어넘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공급과잉으로 공실 문제가 커져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곤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응찰자들은 가격이 더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리모컨 갖고 놀다 중환자실 실려간 4살…식도에서 나온 '이것' 깜짝
- '엉덩이로 원을 그리다 보여'…'노팬티'로 무대 올라 탐폰 노출한 美유명 래퍼 논란
- 공포영화 '링' 귀신처럼 쑥 들어왔다…CCTV에 딱 걸린 절도범 '섬뜩'
- 尹 “서울·평창 등 협조해 잼버리에 관광프로그램 추가”
- '배달 온 돈가스 고기가 생고기에요' 문의하자…'네 탓' 황당 답변에 '공분'
- 전국에 살인예고 협박 42건…경찰 '총기 사용도 불사할 것'
- '10년 뒤 백만장자될 것'…12년 전 '비트코인'에 전재산 '올인'한 남성의 놀라운 근황
- '식칼을 든 남성이 돌아다닌다'…'용인 식칼남' 방검 장갑 낀 경찰이 잡았다
- '한 모금 마시자 목이 뜨거워'…점장 커피에 '락스' 탄 직원 왜?
- '교사가 원서 안넣어 수능 못 봐'…거짓 퍼뜨린 학부모에 재판부가 내린 판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