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차익에 엔화 환차익까지"…식지 않는 개미 일본사랑
日증시 거래규모 홍콩 추월
향후 엔화 강세 예상하고
장기 미국채 ETF 집중 매수
美와 갈등에 경기부진 악재
中 투자비중은 4월이후 급감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거래 규모에서 일본 시장이 홍콩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증시 강세와 엔화 하락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경기 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시달리는 중화권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역대급 엔저 현상에 따른 '엔테크' 투자전략을 펼친 결과로 풀이된다.
8일 매일경제신문이 키움증권에 의뢰해 자사 계좌로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별 거래대금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부터 일본 주식이 큰 차이로 홍콩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홍콩·중국 3개 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월별 거래대금을 보면 일본 주식 비중은 지난 5월 61%를 기록해 홍콩(23%) 중국(15%)과 격차가 컸다. 일본 시장 비중은 6월과 7월에도 각각 65%, 58%에 달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지난 1월만 해도 일본 비중은 31%에 그쳐 홍콩(52%)에 크게 밀렸다. 2월에도 일본 29%, 홍콩 47%, 중국 24%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3월에는 일본 주식 비중이 46%까지 올라섰지만 4월에는 20%로 다시 주저앉았다. 5월 들어 올해 초와 비교해 정반대 양상이 펼쳐지기 시작한 셈이다.
일본 증시 상승세가 5월부터 일본에 자금이 몰리기 시작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 주가는 4월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더니 5월 말에는 버블 시기인 1990년 7월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역대급 엔저'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원·엔 환율은 최근 900원을 중심으로 오르내리며 지난달 말에는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800원대로 내려가기도 했다.
키움증권 데이터랩은 "상승장과 환차익 두 가지를 동시에 노린 투자자들이 5월부터 일본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중국 경기 회복을 둘러싼 우려가 계속되면서 홍콩 주식을 향한 관심은 식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도 중국 본토나 홍콩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재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말 조직개편을 단행한 알리바바그룹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4월 홍콩 주식 거래대금 비중은 반등했지만 이마저도 반짝 상승에 그치고 말았다.
종목별로 보면 개인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 순매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아이셰어즈 20년물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를 1억5393만달러(약 2025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이 ETF는 미국 장기채에 엔화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에 더해 엔화가 반등할 때 환차익까지 추가로 얻는 전략을 노린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맞물리면서 엔화 상승 시 추가 이익을 얻는 '엔테크'가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일본 주식 투자자들은 '글로벌 엑스 일본 반도체' ETF 비중도 확대했다. 소니그룹 아식스 마루베니 등도 순매수 상위 목록에 올랐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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