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등 27인 감독 "韓애니메이션 지원사업 폐지 반대"

감독들이 뜻을 모았다.

지난 7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이 2024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해당 지원사업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애니메이션 협단체의 모임인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지원사업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함께 참여할 개인연명을 제안했다. 지난 4일부터 4일간 진행된 개인연명 제안에 1만80명이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유관 단체의 성명에 이어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담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영진위 지원사업의 필요성과 이번 지원사업 폐지 결정의 부당함 그리고 창작자로서의 절망스러운 목소리가 함께 담겨있다. '돼지의 왕'을 만든 연상호 감독부터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김청기 감독과 '그 여름'의 한지원 감독, '태일이'의 홍준표 감독 등 젊은 차세대 감독들도 한 목소리로 성명에 참여하며 사태의 심각성에 보다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27인은 장편 애니메이션 지원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산업육성을 위한 마지막 산소호흡기”이라고 강조하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영진위 애니메이션 지원사업 폐지는 애니메이션 창작의 씨를 말리는 졸속 결정”이라고 항의했다. 또한 “영진위 지원사업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근간인 장편 애니메이션의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밝히며, 문체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한 '제작지원사업의 방만 운영'과 이를 위해 타 기관으로의 '사업 이전'이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귀중한 창작의 가능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임을 지적했다. 또한 “영진위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의 폐지는 새로운 산업의 근본적 토양을 해치는 일”이라고 규탄하며,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일동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한 사망선고를 단호히 막겠다”고 엄중하게 문체부에 △ 영화진흥위원회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을 원래의 형태로 복구하라 △ 일방적 결정을 철회하고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애니메이션 발전연대 또한 “지원기관의 일원화가 아닌 다양화가 필요하다”며 영진위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 폐지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진위 장편 애니메이션을 위한 종합지원사업은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고 불리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홍준표 감독), '무녀도'(안재훈 감독)와 코로나 시국에 개봉하면서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올랐던 '기기괴괴 성형수'(조경훈 감독) 등이 영진위의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사업을 통해 기획개발 시기부터 단계적으로 지원을 받아 세상에 나온 작품들”임을 밝히며, “국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들을 거두기 시작한 시점에서 해당 지원사업의 폐지는 한국 애니메이션 도약의 발판이자 창작자의 기반을 없애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영진위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은 업계와 오랜 시간 다양한 논의를 거쳐 초기기획, 장편제작지원, 개봉지원사업을 통해 오리지널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일관되게 설계된 지원사업으로써 의미가 컸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가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중편 제작지원 또한 규모 있는 지원금으로 많은 애니메이션 창작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는 지원제도다.

이렇듯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 제고와 문화산업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담당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수립하는 기획재정부는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무시한 채 이번 결정을 진행 중이다.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이를 “전형적인 탁상행정과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낳은 참담한 결과"라고 규탄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 영화진흥위원회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을 원래의 형태로 복구하라 △ 일방적 결정을 철회하고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영진위의 애니메이션 지원사업 폐지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약과 발전의 싹을 잘라버리고, 제작 활성화를 통한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본 지원사업은 원래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27인과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한 목소리를 냈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