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잼버리 白書
"준비!"
초등학교 시절에 3년간 스카우트 활동을 했더랬다. 경례를 붙일 때는 가운데 세 손가락을 쓰는데 구호는 '준비(Be Prepared)'였다.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삶을 살자는 것이 스카우트 정신이다. 그래서 매듭 묶기부터 시작해 야영하며 생존하는 법까지 배운다. 한밤중에 산을 넘으며 인내심을 배우기도 했다.
스카우트 운동은 영국의 퇴역 군인 로버트 베이든파월이 1907년에 시작했다.
각국 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잼버리 대회는 1920년부터 4년마다 열려왔다. 이번 새만금 대회가 25번째였는데 안타깝게도 가장 '준비되지 않은' 대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누가 물을 쏟았고, 막을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철저히 파악하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이른바 '백서(白書)' 작업이 그런 것이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총예산은 1170억원인데 그중에 700억원 이상이 국비와 지방비다. 69억원의 예비비도 추가 투입했다. 사실상 민관 합동 행사였으니 감사원과 국회가 나서 조사할 명분은 충분하다. 시작부터 끝까지 명명백백히 잘잘못을 따져 '잼버리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부실 준비가 드러난 뒤 전북도와 조직위원회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서로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문재인 정부 때 대회를 유치한 것은 맞지만 지난 1년간 준비는 윤석열 정부가 했다. 초기 세팅을 잘못한 전 정권의 책임이 크지만 만약 문제를 제때 파악했더라면 궤도 수정을 할 시간이 없지 않았다. 여성가족부의 무신경이 원망스럽다.
공무원 중심의 이벤트는 대개 관성에 의해 움직인다. 외력이 가해지지 않을 경우 일정한 방향과 속도로만 움직이려는 것은 뉴턴의 운동 제1법칙이자 공무원의 제1법칙이기도 하다. 다만 늘 그렇듯이 아래로 갈수록 죄가 덜하다. 사태가 터진 뒤 화장실 청소에 투입된 말단 공무원들이 아니라 위에서 책임 소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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