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일감 몰아주기’ 하청업체, 모두 KT 관련사였다···“퇴직 임원들 일자리 챙겨준 카르텔 구조”

이보라 기자 2023. 8. 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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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KT텔레캅의 하청업체 4곳이 KT 계열사, KT 출신 퇴직자가 지분을 소유 중이거나 소유했던 업체로 파악됐다. 이같은 특수관계가 일감 몰아주기의 배경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T텔레캅의 시설관리 일감을 분배받은 업체는 KDFS, KSmate, KFnS, KSNC 등 총 4곳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감 몰아주기로 가장 이득을 본 KDFS의 최대주주는 황욱정 대표(42.25%)다.

황 대표는 1974년 입사한 ‘KT맨’으로 홍보실 기업홍보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남중수 전 대표가 KT 대표를 지낸 2005~2008년에는 자산경영실장을 맡았고, 남 전 대표가 2008년 납품비리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는 옥바라지를 한 측근이다.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회삿돈 48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1일 황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KSmate의 경우 KT텔레캅이 지분 12.54%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KSNC는 KT 출신인 송모씨가 최대주주이자 대표다. 송 대표는 1979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KT에 입사해 KT 건설사업단장, 자산개발단장, 충북본부장, 부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고 한다. KFnS의 경우 KT텔레캅(18%)이 주요 주주였다가 2018년 시설관리업체인 삼구아이앤씨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4개 업체 모두 KT계열사나 KT 출신이 지분을 보유했던 회사인 것이다.

4개 업체는 줄곧 비슷한 비중으로 KT텔레캅의 시설관리 일감을 나눠받다가 2020년 구현모 전 대표가 취임한 뒤 KDFS, KSmate로 일감이 몰렸다. 검찰은 KDFS의 경우 구 전 대표와 남 전 대표의 측근인 황씨가 대표로 있고, KSmate의 경우 KT텔레캅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KT가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본다. 같은 이유에서 구 전 대표의 반대 세력과 가까운 송 대표가 운영하는 KSNC, KT 관련사에서 외부 업체로 주인이 바뀐 KFnS의 일감은 대폭 줄였다고 판단한다.

이를 두고 공공성이 강한 KT가 하청업체를 일부 퇴직 임원들의 일자리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새노조 관계자는 “KT는 임원들이 본사에 있다가 계열사로 갔다가 계열사에서도 밀려나면 하청업체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식으로 퇴직 임원들의 일자리를 챙겨줬던 것”이라며 “KT 본사뿐 아니라 하청업체까지 카르텔이 거대하게 형성돼 있다”고 했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KT가 시설관리 업무를 자체적으로 맡았지만 지금은 이를 외주화했다. 담당 임직원들이 명예퇴직 조건으로 하청업체를 만들어 업무를 이어간 것”이라며 “KT 같은 경우 보안시설 관리가 중요한데 외부인에게 이를 맡길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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