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명문대 입학도 부모 소득순…졸업 후 성공은?

김재현 전문위원 2023. 8. 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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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 체티 교수가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웨비나에 참석한 모습/사진=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12개 대학 졸업생이 미국 지도층을 독차지하고 있고 이들 사립 명문대 입학에 부모의 소득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소득 상위 1% 학생의 아이비 플러스 대학 입학 확률은 2배
지난 달 23일 하버드대학에서 불평등을 연구하는 경제학자 그룹 '오퍼튜니티 인사이츠(Opportunity Insights)'는 대학입학자격시험(수능)인 SAT·ACT 점수가 같아도 소득 상위 1% 가정의 학생이 중산층 가정의 학생보다 아이비 플러스(Ivy-Plus) 대학에 입학하는 비중이 두 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소득 상위 1%는 연소득이 61만1000달러(약 8억원)가 넘는 가정을 의미한다. 아이비 플러스 대학은 아이비리그 8개 대학(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 컬럼비아, 코넬, 다트머스, 브라운대)에 시카고, 듀크, 스탠포드, MIT를 더한 대학이다.

아이비 플러스 대학 졸업생은 미 사회 지도층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해당 대학 졸업생은 미국 전체 대학생의 0.8%에 불과했지만 소득 상위 1%의 8.1%, 소득 상위 0.1%의 13.4%를 차지하는 등 고소득자 비중이 높았다. 또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11.6%가 아이비 플러스 대학을 졸업하는 등 고위경영진 비중도 상당했다.

공공부문에서는 영향력이 더 돋보였다. 현직 상원의원 중 25%가 아이비 플러스 대학을 졸업했으며 미국 대통령 중 41.7%, 대법관 중 무려 71.4%가 아이비 플러스 대학 졸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라지 체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연구팀은 경제적 이동성의 결정 요인과 저소득층 학생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달성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폭넓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아이비리그 8개 대학과 시카고, 듀크, 스탠포드, MIT 등 12개 대학의 입시 결과(1999~2015년)를 분석했으며 학부모의 소득 파악을 위해 1996년부터 2021년까지의 연방 소득세 자료를 뒤졌다.
상위 소득 학생, 레거시·비학업적 활동 등급·체육특기 전형 혜택
연구 결과에서 상위 소득 가정 학생의 높은 입학률은 △레거시 정책 △높은 비학업적 활동 등급 △체육특기자 전형 등 3가지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레거시 정책으로 인해 소득 상위 1% 가정의 학생은 같은 평가를 받은 학생보다 아이비 플러스 대학의 입학허가를 받을 확률이 5배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학업적 활동(non-academic)은 한국으로 따지면 학생부종합전형의 비교과 활동과 비슷한 영역이다. 미국 대학입시에서는 비교과 활동, 리더십 역량, 개인특성을 중점 평가한다. 고소득 가정의 학생은 대부분 사립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카운슬러의 지도를 받아 다양한 비교과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 부문의 등급이 높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 가정 학생의 대학 입학률을 높여주는 3가지 요소는 대학 졸업 후 성공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성공을 측정하기 위한 2가지 지표인 소득 상위 1%, 일류기업 근무 여부 등에서 △레거시 △높은 비학업적 활동 등급 △체육특기자는 긍정적 영향을 받지 못하거나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

반면 SAT·ACT 점수와 높은 학업 성취도가 대학 졸업 후 성공에 대해 높은 예측력을 보였다. 특히 SAT·ACT 점수가 졸업 후 성공도를 평가하는 가장 좋은 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지 체티 교수를 포함한 연구팀은 "상당히 선별적인 사립 명문대학이 세대 간에 걸친 상위소득 가정의 지속성을 확대하고 있다"며 대학 입학 정책 변화를 통해 미국 지도층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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