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 前 한샘 회장 “한샘이 담합한 건 맞지만, 나는 관여 안 했다”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뉴스1

아파트 가구 입찰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이 “담합에 관여하거나 인식한 바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 전 회장 측 변호인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정판사 박정길 박정제 지귀연) 심리로 열린 건설산업기본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첫 공판 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담합을 승인하고 묵인하면서 독려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데, 피고인은 전혀 관여하거나 인식한 바 없다”며 “모든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샘이 가구 입찰 담합 행위를 한 사실은 추후 수사 과정에서 파악했고, 피고인은 문제가 제기되기 이전인 2019년에 퇴사했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야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샘 법인이 담합한 건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최 전 회장도 “변호인 의견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샘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7개 가구업체와 임직원들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에 협조했고, 회사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며 “후발주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잘못된 판단에 이르게 된 점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한샘 등 가구업체들은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건설사 24개가 발주한 2조3261억원 규모의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약 783건의 주방·일반가구 공사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 등을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업체들은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신반포르엘,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대치 푸르지오써밋,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담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건설사의 현장설명회 전후로 모여 입찰에서 낙찰 받을 순번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낙찰 예정 업체는 다른 회사들에 전화나 메신저로 입찰 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낙찰 예정사의 입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검찰이 카르텔 형벌감면 지침(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한 업체의 자진신고를 받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첫 사례다. 이에 따라 검찰과 공정위 양측에 1순위로 자진 신고한 현대리바트는 기소를 면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이번 담합은 확인된 기간만 약 9년이며, 그동안 빌트인 가구 업계엔 대부분 건설사 발주 입찰에서 담합을 지속하는 등 불법적 관행이 만연했다”면서 “이에 관여한 임직원들도 별다른 죄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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