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美테크기업 팰런티어 "10억달러 자사주 매입"
올들어 주가 180% 고공행진
월가 "AI혁명 선두주자될 것"
적정주가 39% 올린 25弗 제시
미국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이자 가장 비밀스러운 기업으로 불리는 팰런티어가 2020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팰런티어는 지난 2분기 시장 예상치에 소폭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으나 주주환원 정책과 실적 전망치가 상향하면서 장 마감 후 거래에서 주가가 상승했다. 7일(현지시간) 팰런티어는 지난 2분기에 주당 0.05달러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5억3300만달러였다. 주당 순이익은 월가 예상치와 일치했으며, 매출액은 월가가 예상한 5억3421만달러에 소폭 못 미쳤다. 팰런티어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 하락했으나 실적 발표 뒤인 장후 거래에서는 주가가 2%대 상승해 18.4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팰런티어 주가 상승률은 181%에 달한다.
팰런티어 주주들이 환호한 부분은 경영진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이었다. 알렉산더 카프 팰런티어 최고경영자(CEO)는 "팰런티어 이사회는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은 팰런티어가 충분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영진에 따르면 팰런티어는 지난 상반기에 2억8500만달러의 조정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했다. 10개 분기 연속 잉여현금흐름이 순유입을 기록했다. 2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0억8700만달러로, 4년 전 10억7900만달러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이란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쓸 수 있는 재원이다.
실적 전망도 올려 잡았다. 올해 3분기 매출액 예상치는 5억5300만~5억5700만달러로 전망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 5억5300만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영업에서 발생한 이익은 1억3500만~1억39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월가가 전망한 1억3100만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전체 매출액과 이익 전망치도 기존 대비 상향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2003년 설립한 팰런티어는 고도의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이다. 정보기관용 솔루션으로 범죄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팰런티어 고담', 일반 기업용 서비스로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팰런티어 파운드리', 클라우드 시스템 '팰런티어 아폴로' 등이 주요 서비스다. 지난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액에서 정부 기관이 차지하는 몫은 30억2000만달러(56%)다. 이 중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군사작전용 AI 플랫폼 'AIP'를 출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챗GPT·바드 등 서비스에 적용된 대형언어모델(LLM)과 머신러닝 기술이 결합된 이 서비스는 올해 상반기 내내 미국 증시를 달궜던 AI 열풍에 팰런티어를 동참하게 했다는 평가다. 카프 CEO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P에 대한 수요는 지난 20년간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많다"며 "우리는 현재 300곳 이상의 기업과 AIP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은 LLM을 도입하는 데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찾기 위해 AIP를 원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월가는 팰런티어가 실적 발표를 하기 직전에 긍정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팰런티어에 대한 커버리지를 개시하면서 적정 주가를 25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주가 수준 대비 39%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아이브스 연구원은 "팰런티어는 경쟁사와 비슷할 수 없는 수준으로 AI '요새'를 구축했으며, 향후 10년간 펼쳐질 AI 혁명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팰런티어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실적 불확실성이 제거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확실성은 대부분 팰런티어 주요 고객이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 나온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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