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최악 가정한 안전조치” 거듭 지시했지만…‘디테일’에 무너진 잼버리

박광연 기자 2023. 8. 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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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을 찾아 변기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최 다섯 달 전부터 “폭염·태풍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철저한 안전조치”를 거듭 강조했지만 잼버리는 폭염·태풍으로 사실상 파행됐다. 정부 내부에서는 새만금 현장 위생 등 디테일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총리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라 잼버리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정부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한 총리는 지난 3월 제2차 정부지원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새만금 현장 점검,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국무회의 등 주요 계기마다 “안전한 잼버리”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한 총리는 거듭 여름철 폭염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고 관계 기관에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정부지원위에서 “한여름 폭우, 폭염, 태풍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철저한 안전조치를 당부드린다”고 말했고, 지난 5월 새만금 현장에서 폭염·침수 등 안전대책을 보고받으며 “최악의 조건을 가정해 배수 시설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한 총리는 잼버리 개최 직전인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행사 기간은 폭염과 태풍이 우려되는 시기”라며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한 총리를 보좌하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2023 새만금 잼버리 점검·지원 TF(태스크포스)’를 맡아 관계부처들의 안전 대책을 조율·점검했다. 방 실장도 지난달 13일 새만금 현장을 찾아 “안전 부분은 과할 정도로 철저하게 챙겨주기 바란다”며 “폭우, 폭염, 태풍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총리실은 한 총리와 방 실장의 현장 점검 당시 배포한 자료에서 “(한 총리와 방 실장이) 그동안 안전 대책 등 분야별 진행 상황과 정부 지원 방안을 꼼꼼히 챙겨왔다”며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관계 부처에 남은 기간 행사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부탁하며 철저한 안전대책을 거듭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결과적으로 폭염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라”는 한 총리와 방 실장의 지시는 무색해졌다. 잼버리는 지난 1일 시작된 직후 폭염 속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며 준비·운영 미숙 논란이 불거졌고,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이날 156개국 참가자 3만6000여명이 새만금 영지를 떠나며 파행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화장실 위생 등 현장의 세부적인 환경을 신경 쓰지 못한 데서 문제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에 치밀하지 못했던 것이 초창기에 모든 것을 망쳤다”고 말했다.

조직위 공동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행을 겪은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아무래도 가장 크게 세계(스카우트)연맹 측에서 제시했던 부분은 위생 문제였던 것 같다”며 “화장실 위생이나 청결 문제 부분에서 좀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2일 종료되는 잼버리를 마무리한 뒤 준비·운영에서 발생한 문제를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집행을 맡은 전라북도 등 중앙·지방정부 관계 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잼버리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에 대해 조사·감찰에 나설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잼버리를 잘 마치는 게 최우선”이라며 “그런 문제를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문제) 원인을 밝히는 문제는 잼버리가 잘 끝나고 하는 것이 옳다”고 거듭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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