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승자의 저주는 없다? 다시 공개매수 가격 근접한 에스엠

김사무엘 기자 2023. 8. 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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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에스엠 인수 전후 주가 추이. /시각물=김다나 디자인기자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을 거의 회복하면서 카카오에 제기됐던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 카카오에 인수된 이후 에스엠의 이익 체력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승자의 저주 우려는 벗어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주가 반등을 위해선 엔터 사업을 포함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8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스엠은 13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3월말 이후 약 4개월 동안 48% 반등에 성공했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한 가격인 15만원은 물론 역대 최고가인 16만1200원에도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에스엠의 주가 상승을 이끈 건 실적이다. 올해 2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실제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 상승에 불이 붙었다. 에스엠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398억원, 영업이익은 81% 늘어난 357억원으로 예상치(영업이익 312억원)를 10% 이상 웃돌았다.

카카오 피인수로 인한 일회성 비용 50억원(유통사 변경에 따른 음반 반품 비용 등)이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이익은 400억원대로 추정된다. 깜짝 실적의 비결은 공연의 정상화다. 코로나 이후 공연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에스엠은 2분기에만 NCT, 에스파 등 9개팀이 60회(모객 인원 95만원)의 공연을 열었다. 공연 매출은 전년 대비 321% 급증한 510억원이다. 팬미팅도 활성화하며 MD(기념상품) 매출도 전년 대비 78.5% 늘어난 423억원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에 인수된 이후 플랫폼 시너지까지 기대되며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에스엠의 예상 영업이익은 475억원, 4분기는 42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9.6%, 87.1% 증가할 전망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악 유통 부문에서 카카오와 전략적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며 "에스엠과 카카오엔터의 북미 법인을 통합하면서 에스파 등 기존 스타들의 미국 진출을 돕고 해외 레이블과 매니지먼트 파트너쉽도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초 에스엠을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에스엠 주가는 실적과는 상관 없이 이슈에 의해서만 급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을 넘어 카카오가 15만원을 제시하자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카카오가 인수 제시한 에스엠의 기업가치는 약 3조5700억원이었다. 당시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1238억원, 연간 EPS(주당순이익) 추정치가 3872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선행 PER(주가순이익비율)는 38.7배에 달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엔터사 평균 대비 고평가라는 지적이었다. 높은 가격을 써낸 카카오는 결국 하이브와의 인수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에스엠 지분 약 40%를 1조44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전이 한창일 당시 최고 16만1200원(3월8일)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벤트가 끝나자 마자 급락해 지난 3월28일에는 9만4300원까지 하락했다.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하는 듯 했으나 곧바로 에스엠의 이익 개선과 주가 상승이 나타나면서 카카오의 부담도 한결 덜었다.

승자의 저주 우려를 완전 해소하고 성공적인 M&A(인수·합병)로 평가받기 위해선 카카오 역시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카카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7% 감소한 1135억원인데 연결 편입된 에스엠 이익 128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에스엠의 실적 성장세는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으로 카카오의 주가를 반등시키기엔 부족하다. 많은 자회사를 거느린 카카오는 통상 SOTP(각 계열사와 사업부의 가치를 합산해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식)로 적정주가를 구하는데 지분가치와 지주사 할인 등을 고려하면 에스엠의 가치가 카카오 시가총액에 기여하는 정도는 약 1조원 안팎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결국에는 엔터 사업 외에 추가적인 사업 모멘텀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현재 AI(인공지능)나 헬스케어 등 신사업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그럼에도 엔터 사업 시너지 효과나 자회사들의 IPO(기업공개) 모멘텀 등은 아직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밝혔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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