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 여야 공방 속 자성 목소리···“네 탓 공방에 국민들 환멸 느껴”

정대연·김윤나영·문광호 기자 2023. 8. 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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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얽힌 문제
공격 땐 정치권 불신 키울 우려 자제
행사 끝난 12일 이후 공방 재연 우려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에 따른 비상대피계획의 일환으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의 퇴영이 시작된 8일 오스트리아 대원들이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고 있다. 부안|조태형 기자

정치권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야에서 자성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책임이 모두 얽혀있는 문제를 상대 공격 소재로 활용할 경우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시민 불신만 키운 채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사가 끝나는 오는 12일 이후에도 공방 자제 기류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잼버리 파행을 두고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사안은 단순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9월 새만금이 강원 고성을 제치고 잼버리 개최 국내 후보지로 선정됐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8월 새만금이 개최지로 확정된 뒤 기반시설 조성이 시작됐다. 행사를 실제 개최하고 미숙하게 운영한 것은 윤석열 정부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제외한 공동조직위원장 4명 중 3명은 윤석열 정부 장관들이고, 1명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집행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지사다.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 여야 모두 최소한 정치적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8일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방어하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수위는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미흡했던 점은 잼버리 일정을 다 마치고 나면 차근차근 살펴봐야 할 사안”이라며 “지금 여야가 다툴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책임을 제기하면서도 “현 정부·여당이 이번 잼버리 준비에 조금 더 철저하지 못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런 공방은 적절하지 않다”며 “어떤 정권 차원의 문제로 정쟁화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전날 “지금은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라며 “실패하면 우리의 실패”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 외 국민의힘 인사들도 자성론을 언급했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행에 책임이 있는 전북도는 물론이고 지원해야 하는 중앙정부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썼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잼버리 조직위가) 초당적인 기구로 구성이 됐다”며 “(네 탓 공방을 벌이면) 국민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양당 (모두) 지지율이 더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서 “서로 상대방 탓 하지 말고 무너진 국격을 다시 일으켜 세울 방안이나 힘 모아 강구하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개최된 행사여서 비판 여론이 이어지면 현 정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사태 수습 분위기에 따라 여론 관심이 사그라지기를 바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이슈를 크게 키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의 ‘문재인 정부 탓’을 반박하면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거는 하루 이틀, 한두 해 잘못이 아니고 오랫동안 잘못된 것이 누적돼 생긴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든, 전북도든, 현 정부든 전체를 다 성역 없이 샅샅이 조사해 정권 관계없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외국에서 보기에는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다 대한민국 정부”라며 “네 탓이라고 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SNS에 “외유 논란 타깃이 된 55번의 해외출장, 잼버리 예산운영 등은 분명히 차후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며 여권이 제기하는 잼버리 예산 낭비 의혹에 대한 조사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잼버리가 치러진 전북 부안이 지역구인 이원택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공방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로 남 탓 할 일은 아니다”라며 “행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 오는 12일 행사 종료 이후에도 공방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잼버리가 끝날 때까지는 극한대립은 자제하고, 그 이후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자는 게 당 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국회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잼버리 조직위 등의 예산 낭비 의혹을, 민주당은 행사 부실 운영 문제를 집중 제기할 방침이다. 여야는 국회 휴회기 종료 직후인 오는 16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할 예정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도 잼버리 관련 예산 집행내역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전체회의 개최 일정을 협의 중이다. 여권은 예산 사용 관련 철저한 감사·조사 및 책임자 처벌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어 국회와 별도로 대대적 조치가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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