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산업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2023. 8.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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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단 건설업 부실 시공은 건설산업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2021년부터 추진돼온 건설산업 혁신 방안으로 구체화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업종 간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설산업 정책은 '보호 육성'에서 '개방 경쟁'으로 변천하고 있다. 1996년 제정된 건설산업기본법은 '두 마리 토끼 중 '보호 육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원도급은 종합건설업체가, 하도급은 전문건설업체만 수행이 가능했다. 2021년 본격 시행되는 건설산업 혁신 방안은 이러한 시공 자격 제한을 칸막이식 규제라고 보고 업역 폐지 및 업종 개편을 통해 '개방 경쟁'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개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순기능을 보면 기술 경쟁에 의한 우량 전문업체 성장, 원·하도급 불공정 관행 근절, 발주자의 선택권 확대 등이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복잡하다. 상생의 방편으로 제안된 전문건설업의 '대업종화'는 업종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이해당사자 의견 조사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는 '대업종화'가 전문건설업의 '준종합화'를 우려하고, 전문건설업체는 직접 시공 부재로 인한 건설업역의 폐해를 지목한다.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업종의 중요성과 전문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논의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잇단 시위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 표명에도 국토교통부는 예정대로 시설물 업종 폐지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 정부의 건설산업 혁신 방안에 대해 분출되는 다른 소리들과 업종 간 갈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느 주장이 맞는 것인가? 정책의 긍정적 효과만 강조해서는 업종 간 주장은 평행선을 이룰 것이며 접점은 없을 것이다. 힘의 논리로 결론지어지는 정책의 발효가 산업 내에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힌트는 역사에 있다. 15세기 영국에서는 마스터빌더가 설계와 시공을 모두 담당했는데, 16세기 들어 업종 전문화를 강조하면서 건설산업이 분업화됐다. 21세기에 와서는 다시 통합의 시너지를 주목하며 건설산업이 통합된다. 얼핏 보면 같은 것의 반복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것의 반복이라면 샤워실의 바보(찬물과 더운물을 번갈아 틀면서 결국 샤워를 하지 못한다는 이론) 같은 학습 없는 시행착오이고, 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용적으로 유사해도 시대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며, 기존 것에서 배움을 통해 변증법적 '나선형 진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산업 혁신 방안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주로 해당 협회를 통해 대변되는 혁신 방안에 대한 업계의 주장은 모두 근거가 있고 합리적이다. 단, 시대와 환경 변화를 감안하고 기존 제도 시행에서 배움을 고려하면 바른 정책의 길이 보일 것이다. 또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으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역할이다.

업역 개편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고 고용시장 등 영향을 많이 미치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논의와 계획, 의견 수렴 등을 통한 다방면의 시각과 시나리오를 고려해 건설 생태계를 바꿔 가야 한다.

[박문서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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