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포커스] 홀로서기 중 닥친 '특혜 의혹'… SR 이종국의 결단은

정영희 기자 2023. 8.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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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 이종국 사장은 지난 1월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차량 유지보수 등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는 업무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SR 열차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것과 관련, 이를 다시 정비하겠다는 의미다.

SR 관계자는 "현재 업무를 위탁한 코레일 자회사들과 계약을 깨거나 중도에 내용을 변경하긴 어렵기에 계약 만료 시 변경하거나 삭제하려고 하는 불합리한 조건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며 "지난달 1일부터는 SR 고객센터 위탁운영사를 코레일네트웍스에서 다른 회사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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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에스알(SR) 대표이사./사진=뉴스1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 이종국 사장은 지난 1월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차량 유지보수 등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는 업무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SR 열차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것과 관련, 이를 다시 정비하겠다는 의미다. 코레일과의 결별을 전면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말 코레일의 관리 부실로 발생한 평택 통복터널 전차선 사고로 차량복구에 91억원, 비상차량 임차료 25억원 등 총 13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이 사장은 "철도 건설과 관리가 분리된 현재의 유지보수체제로는 철도안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정부가 SR에 대한 350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확정하면서 '홀로서기설'에 더욱 힘이 실렸다. SR의 자본금 2500억원은 최대주주인 코레일(41%)과 사학연금(31.5%) 기업은행(15%) 산업은행(12.5%) 등 공적투자자가 나눠서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공적투자자가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SR은 자본금이 줄어들어 철도사업자 면허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돌려받을 주식이 보통주에서 부채로 처리되는 상환우선주로 바뀜에 따라 부채비율이 면허 유지 기준인 15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국유재산법' 시행령을 개정, SR을 정부출자기업에 포함시키고 보유 중인 한국도로공사 지분 일부를 SR에 출자하는 대신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오는 9월부터 코레일이 단독으로 운행해오던 경전선(창원·진주) 전라선(순천·여수) 동해선(포항)으로 노선을 확대하고 평택-오송 구간에 차량 14편성(112량)도 추가 도입키로 하며 코레일과의 경쟁 구도가 더욱 첨예해졌다.

철도노조는 즉각 반대에 나섰다. 시행령 개정이 예고된 지난 5월부터 "정부 출자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비상식적 특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준법투쟁에 나섰다. 원래대로라면 면허를 잃었어야 할 SR이 국토부의 이례적 원조로 구사일생했다는 것이다. 고속철도 경쟁체제를 만들겠다는 이유로 SR을 분리한 정부의 당초 결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코레일과의 통합을 적극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24일, 5개월의 공백을 깨고 코레일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한문희 사장이 양사의 통합은 효율성 측면에선 고려할 수 있어도 "당장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경쟁으로 인한 고객 수요 증가나 서비스 개선도 무시할 수 없는 효과라는 것.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말 "공공부문 내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며 두 철도 공기업의 통합을 보류한 바 있다. 하지만 분리로 인한 단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매년 400여억원의 중복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서울 강남에 있는 수서역엔 코레일 열차가 정차할 수 없어 이용자가 환승을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SR 관계자는 "현재 업무를 위탁한 코레일 자회사들과 계약을 깨거나 중도에 내용을 변경하긴 어렵기에 계약 만료 시 변경하거나 삭제하려고 하는 불합리한 조건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며 "지난달 1일부터는 SR 고객센터 위탁운영사를 코레일네트웍스에서 다른 회사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철도 통합을 두고 정부와 두 공기업 간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꾸준한 독자노선을 구축하고자 하는 SR의 다음 스텝에 따라 철도산업과 업계 분위기도 달라질 전망이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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