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FA컵 우승에 도전하는 제주, 4강전 홈경기 이점은 어떻게 작용할까
매년 자신들을 괴롭히는 긴 이동거리가 이번에는 이점으로 작용할까. 사상 첫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에 도전하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결승 무대 목전에서 난적 포항 스틸러스를 만난다.
제주는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과 2023 하나원큐 FA컵 4강전을 치른다. 부천 SK 시절이던 2004년 딱 한 번 FA컵 결승 무대를 밟아 준우승에 그쳤던 제주는 구단 사상 첫 FA컵 우승을 위해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제주의 최근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리그에서 10경기 연속 무승(4무6패)에 빠지며 순위가 어느덧 9위까지 떨어졌다. 반면 포항은 울산 현대의 뒤를 이어 2위를 달리는 등 기세가 상당하다.
제주는 매년 선수들의 체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무더운 여름만 되면 부진에 시달린다. 연고지가 섬인 탓에 다른 팀보다 훨씬 많은 이동거리를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점이 뭔지 알면서도 수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늘 속이 탄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이동거리 문제가 포항에 주어질 전망이다. 제주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첫 리그 경기였던 강원FC전(1-1 무)을 시작으로 9일 포항과 FA컵 4강전, 12일 수원FC와 리그 26라운드 경기 등 홈 3연전에 돌입했다. 반대로 포항은 4일 FC서울전(2-2 무)을 시작으로 9일 FA컵 4강전까지 전부 원정으로 치른다. 이후 다시 홈으로 돌아가 12일 광주FC전을 대비한다. 서울과 제주, 그리고 포항으로 이어지는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다. 지난달 FA컵 4강 대진 추첨 후 김기동 포항 감독이 “홈에서 하기를 바랐는데 원정으로 하게 돼 부담스럽다. 선수들에게 꼭 홈 대진을 뽑겠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리그에서 열린 3번의 맞대결에서는 포항이 2승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양팀 모두 홈에서 이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시 말해 포항도 긴 이동거리가 수반되는 제주 원정이 쉽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주는 8강에서 K리그1 선두 울산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다. 홈에서 열리는 이번 FA컵 4강전을 좀 더 우월하게 가져가려면 무엇보다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다. 제주의 팀득점은 33골로 리그 5위에 해당하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10골로 경기당 평균 1골이라는 빈약한 득점력에 시달리고 있다. 유리 조나탄(6골·4도움), 헤이스(6골·5도움), 서진수(5골·1도움)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김주공과 연제운 등이 득점에 가세해줘야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 한반도 중앙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FA컵 운영 규정에 의거해 경기 당일 상황에 따라 경기 연기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에 일단은 양팀과 대한축구협회는 정상적으로 경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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