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나는 '카눈'…다른 태풍보다 더 길고 강하게 때린다

보통 태풍보다 20%가량 느리게 이동…강수·강풍 시간 증가
강원 600㎜·수도권 150㎜ 폭우…시간당 100㎜ 극한호우도

8일 오후 3시40분 기준 한반도 인근에서 천리안위성 2A호에서 확인된 태풍 카눈 모습(기상청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제6호 태풍 카눈이 목요일인 10일 아침 출근시간대에 경남 통영 인근을 통해 상륙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다.

상륙 시 이동 속도는 시간당 15~25㎞로 시속 30㎞를 웃도는 보통의 태풍보다 느려서 한반도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길겠다.

카눈 상륙에 따라 기차를 탈선시킬 초속 40m(시속 144㎞)의 강한 바람과 600㎜ 이상의 많은 비가 오리라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태풍 카눈은 일본 가고시마 남쪽 약 23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8㎞로 북북동진 중이다.

오전까지 시속 10㎞도 안 되던 카눈 이동 속도는 북위 30도 전후로 올라서면서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카눈의 중심 기압은 970h㎩, 최대풍속은 초속 35m(시속 126㎞)로 강도는 '강', 강풍 반경은 350㎞다. 강도분류상 강(최대풍속 초속 33~44m)은 기차를 탈선시킬 수도 있는 위력이다.

카눈은 10일 오전 3시쯤 서귀포 동쪽 170㎞ 해상에 다다른 뒤 약 6시간 뒤인 오전 9시쯤에 통영 서쪽 약 30㎞ 부근인 경남 해안을 통해 상륙하겠다. 오후 3시쯤엔 충주 남쪽 약 100㎞ 부근까지 올라가겠다.

내륙에서 카눈 이동 속도는 통상 태풍보다 20%가량 느리겠다. 태풍 이동속도는 상륙·이동 지역의 파괴력과 관련이 있다.

기상청은 "카눈은 상륙 뒤 1일(24시간) 이상 체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더 많은 비를 뿌리겠고, 강하게 바람이 부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눈은 상륙 뒤 이동하면서 북한 쪽으로 넘어갈 11일 오전 3시쯤엔 강풍 반경이 280㎞까지 줄어들겠다. 그럼에도 충청 이북의 대부분 지역이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오후 3시 기준 태풍 카눈 예상 진로(기상청 제공) ⓒ 뉴스1

태풍정보 최근접 예상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9~10시쯤 경남 통영과 사천 인근을 통해 상륙한 뒤 낮 12시 산청, 오후 1시 거창, 4시 영동, 5시 보은을 지나겠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7시에는 증평, 9시 이천, 11시 남양주를 지나겠고, 11일 오전 2시쯤 연천 인근을 통해북한 쪽으로 넘어가겠다.

서울과 가장 가까워질 시기는 11일 오전 0시쯤이다.

카눈 진로는 전날(7일) 예보보다 다소 서쪽으로 이동했다. 내륙의 위험반원(태풍 오른쪽 반원) 영역도 그만큼 늘어났다.

박중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동쪽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서쪽의 대륙성 기단이 '벽'을 만들어 태풍의 이동 진로를 한반도 중앙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여기에다가 태풍의 발달 정도와 북쪽의 찬 공기인 상층 기압골의 변동성이 진로를 약간 서쪽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9~11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에 80~120㎜(많은 곳 150㎜ 이상) 강원 영동 200~400㎜(많은 곳 600㎜ 이상) 강원 영서 80~120㎜(많은 곳 150㎜ 이상) 충남 서해안과 대전·충청 남부 내륙에 100~200㎜, 세종과 충청 북부 내륙에 80~120㎜(많은 곳 150㎜ 이상)다.

같은 시기 전라권에는 100~200㎜(많은 곳 전남 남해안, 전라 동부 내륙 300㎜ 이상) 대구와 경북, 부산, 울산, 경남에 100~200㎜(많은 곳 지리산 부근 400㎜ 이상, 경상 서부 내륙과 부산, 울산, 경상권 해안, 경북 북동 산지에 300㎜ 이상) 울릉도·독도에 80~120㎜, 제주에 100~200㎜(많은 곳 중산간 300㎜ 이상, 산지 4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리겠다.

수도권과 강원 영동에서는 전날보다 예상 강수량이 다소 늘었다. 박 예보분석관은 "카눈이 내륙에 더 오래 머무르고, 지형효과가 더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인 8일 오후 지난달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큰 피해를 당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중장비를 동원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2023.8.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장마철 '극한호우' 수준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많겠다. 강원 영동과 경상권 해안, 경상 서부 내륙, 전라 동부, 제주에는 시간당 40~60㎜(많은 곳 강원 영동 60~100㎜ 이상) 한꺼번에 퍼부을 수 있다.

태풍 영향으로 전라 남해안과 경상해안에는 초속 40m 내외(시속 144㎞)의 강한 바람이 불겠고, 그밖의 전라권과 경상 내륙, 강원 영동에는 초속 25~35m, 충청 내륙과 강원 영서, 경기 남부에는 초속 20~30m, 서울과 경기 북부 등에는 초속 15~25m의 바람이 불겠다.

카눈이 북상함에 따라 해안에는 높은 파도가 치는 곳이 있겠다. 제주와 남해안에는 최고 8m 이상, 동해안과 서해 먼바다에는 6~8m, 서해 앞바다에는 4~6m의 높은 물결이 일겠다. 저지대 침수와 방파제를 넘는 파도에 유의해야 한다.

기상청은 9일 오후 제주에서 태풍 주의보가 발령되기 시작하겠고, 전남과 경남 남해안엔 9일 밤에, 그밖의 전라권과 경상권, 충청 남부에는 10일 새벽, 그밖의 충청권과 경기 남부, 강원 남부에는 10일 오전에, 그밖의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는 10일 오후에 태풍 특보가 발령되리라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특히 카눈 북상에 '안전지대'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태풍의 왼쪽 '안전반원'에도 중국 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가 카눈이 몰고 올 온난다습한 공기와 부딪히면서 집중호우 수준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카눈이 84시간 이내에 열대 저압부로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눈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열대과일의 한 종류를 말한다.

한편 이날(8일) 발생한 제7호 태풍 '란'은 일본 도쿄 남동쪽 약 1500㎞ 부근에서 시속 3㎞로 북동진 중이다. 이 태풍은 우선 일본 도쿄가 있는 혼슈 지방으로 이동 중이다.

당장 한반도행 가능성은 낮지만 일본에 영향을 미친 뒤 동해로 진출하는 등 가능성에 따라서 국내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는 "국내 영향 가능성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란은 미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마셜군도 원주민어로 스톰(Storm)을 의미한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