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D.P.’ 한준희 감독 “국가도 잘못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8.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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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시즌2, 출발부터 고민했지만...
“무력한 현실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D.P.2’ 한준희 감독이 시리즈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D.P. 2’는 슬픈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굉장히 슬픈 이야기고, 특정 기관이나 집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개인이 슬픈 시간을 관통해가느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 제작발표회 당시, 한준희(39) 감독은 작품의 비극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감독이 진짜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 비극의 시간을 뛰어넘어 싹 틔울 작은 희망 그리고 계속 삶을 이어나갈 이들의 행복이었다.

‘D.P.’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이하 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2021년 8월 공개된 시즌1이 탈영병 체포조라는 신선한 소재,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조명해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시즌2 제작이 확정됐고, 약 2년 만인 지난달 28일 공개됐다.

“시원섭섭합니다.”

3년 넘게 열정을 쏟아 부은 ‘D.P’ 작업을 마무리한 한준희 감독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D.P.2’ 공개 소감을 담담하게 전했다. 그는 “늘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게끔 하려 하는데,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2는 내무반에서 조석봉(조현철 분) 일병 탈영 사건 뉴스 보도를 지켜보던 김루리(문상훈 분) 일병이 부대원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엔딩을 장식했던 시즌1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시작된다. 곧바로 사건에 투입되는 준호열(준호+호열) 콤비를 주축으로 헌병대 103사단 D.P.조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총 6부에 걸쳐 펼쳐진다.

한 감독은 “시즌1은 원작에서 좋았던 장면을 구상했다. 인물들이 석봉 사건으로 인해 결말을 맞았는데, 거기서 파생된 인물들, 그로 인해 영향 받은 4인이 이후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 어떻게 그 힘듦을 돌파해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님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질문은 ‘D.P.’ 시즌2 존재의 이유”
‘D.P.2’ 한준희 감독은 시즌2 제작 확정 후 그려갈 이야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사진|넷플릭스
국방부가 군 내부 실상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이 확정된 시즌2였지만, 실제 작업은 시작부터 물음표였다.

“가장 어려웠던 건, 시즌2를 왜 해야 하는 거지? 였어요. 좋아해주신 분들 덕분에 다음 이야기로 이어갈 수 있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이 이야기가 한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한 감독은 “더 나은 이야기로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다. 시즌2가 제작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D.P’는 소재 자체만 봐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조금은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뀔 수 없고, 무력한 그런 현실에서 끝내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감독은 “시즌1이, 현실적일 수도 있지만 좀 무력한 결말이지 않았나 싶었다”며 “다음 이야기로 이어간다면 발버둥 혹은 몸부림 치는 인물을 보여주는 게 우리 입장에선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

‘D.P’를 두 개 시즌에 걸쳐 관통한 여섯 글자 키워드는 ‘뭐라도 해야지’였다. 가령, 부대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김루리 일병이 사건 발발 전 혼잣말로 “뭐라도 해야지”라고 중얼거리거나, 김루리 체포 작전을 펼치던 준호열(준호&호열)이 ‘뭘 할 수 있는데’라고 자조하다가도 ‘뭐라도 해야지’라는 결론에 이르고, 끝내 위기일발 김루리 일병 구하기에 극적으로 성공하는 등의 스토리가 그것이다.

D.P. 조원들의 이야기 같기도, 피해 군인들의 극한의 외침 같기도 한 이 여섯 글자에 대해 한 감독은 “스스로에게 질문한 것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즌2 내내 계속해서 그 워딩을 가장 중요하게 가져갔던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드는 우리 입장에선, 우리가 우리에게 질문한 것이기도 했죠. 시즌2에서 사실 뭘 할 수 있는데?(라고 했을 때) 거창하게 무언가를 바꿔볼겠다거나 비판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이 소재를 사용해서 작품을 만들었고 이 소재를 갖고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이런 질문에서 답을 할 순 없지만 그들이 굉장히 사소한 것이라도 해내는 이야기를 담는다면, 어쩌면 시즌2를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촬영하는 내내 했던 것 같아요.”

“거대서사에 준호열 버디무비 실종? 시즌1 트라우마 잔상 고려한 선택”
‘D.P.2’ 한준희 감독은 극중 준호열 콤비 분량 축소와 임지섭 분량 확대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이같은 기획의도를 베이스로 둔 ‘D.P.2’에선 부대 내 따돌림에 따른 총기난사 사건이나 성소수자 장기탈영병 이야기, 비무장지대(GP) 부대 내 폭력 사건 등이 그려지고, 군대 내 구조적 문제로 발생한 각종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축소·은폐 시도하는 국군본부의 실상도 폭로되는 등 스케일이 확연히 커졌다.

한 감독은 “내부고발하는 군인이나, 본인이 희생하면서도 애썼던 사람들이 분명 있었고, 지금도 있기 때문에 그래서 군대가 좋아진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거 문제 아니야?’라고 목소리 내는 사람이, 굉장히 드물긴 하지만 있으니까”라고 거대 서사를 담은 이유를 부연했다.

하지만 극의 이같은 변화는 현실적 설정으로 호평 받았던 시즌1에 비해 소위 드라마틱한, 비현실적인 전개로 ‘D.P.’ 시리즈 열혈 팬들 사이에 호불호의 반응을 낳았다. 특히 시즌1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였던 준호와 호열의 이른바 ‘버디무비’적 쾌감이 실종되면서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한 감독은 시즌1의 충격적인 사건을 연속적으로 겪은 D.P. 부대원들이 실제로 겪었을 트라우마와 상처를 언급하며 답을 이어갔다.

‘D.P.2’ 한준희 감독이 손석구 역할을 맡은 임지섭 대위의 캐릭터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준호 호열의) 분량을 생각하기에 앞서, 석봉 사건을 겪은 이후 네 명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그 사건이 그들에게 남길 잔상이 너무 클 것 같았어요.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상흔, 상처일 수도 있는 것들에 돌파해가는 인물을 그려가고 싶었죠. 기존 모습을 좋아해주신 분들의 아쉬움은 우리의 부족함일 수도 있겠지만, (변화에) 목적이 있었다는 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각에선 임지섭 대위 역을 맡은 손석구의 인기가 JTBC ‘나의 해방일지’ 이후 급상승함에 따른 극중 인물 비중 배분 과정에서 준호열이 희생(?)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나의 해방일지’로 손석구의 인지도가 많이 좋아졌는데, 우리 대본은 이미 그 전에 나왔다. 우리 이야기가 무언가를 하려 애썼던 개인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시스템과의 교차점에서 장교의 역할이 필요하단 생각으로 대본 작업을 했다. 물론 (손석구가)잘 되어 너무 좋은데 그걸 의식해 비중을 높인 건 아니다”라고 담담하게 선을 그었다.

“구자운은 시스템·오민우는 옛 군대 상징…이분법적 선악구도 지양”
‘D.P.2’ 한준희 감독이 안준호의 기차 격투신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이야기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넷플릭스
군 기밀이 담긴 USB를 들고 탈주한 안준호의 14대 1 기차액션신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나왔지만, 이는 한 감독의 ‘소신’이 담긴 장면이었다.

“준호의 기차 액션을 통해서는 1대 다(多) 액션이라기보다는. 한명 한명과 맞서며 싸우는 처절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물론 그런 (부정적) 시선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결말에서, 결코 사과한 적이 없는 군대가 사과하는 이야기 자체가 판타지일 수도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시즌1처럼 굉장히 현실적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이 아니라, 준호·호열·범구·지섭이 무언가를 해보려 몸부림쳤다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실제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지만 적어도 절반의 승리라도, 국가도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구자운이나 황장수 등 소위 ‘악역’으로 등장한 각 인물들이 지닌 입체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 감독에 따르면 시즌2에서 새 인물로 투입된 지진희가 맡았던 구자운 국군본부 법무실장은 “(국가)시스템을 의인화한 인물”이었다. 때문에 총기 소지 탈영병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리는 등의 지시는 “이분법적으로 악으로 묘사하려던 게 아닌”,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이라면, 위험요소가 있는 사람에 대항하기 위해 그런 명령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 감독의 고민을 담은 캐릭터였다.

감독은 또 “구자운이 시스템의 의인화라면, 오민우(정석용 분) 준위는 예전 군대의 폭력성을 응축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오 준위의 방에 걸린 현판 등으로 옛 군대의 상징성을 부여했다고 부연했다.

‘D.P.2’ 한준희 감독이 지진희, 정석용 등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황장수(신승호 분)의 경우, 시즌1에선 PTSD를 일으킬 정도로 무시무시한 현실성을 보여준 선임병이었지만 시즌2에선 전역 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줘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 캐릭터에 대해 한 감독은 “징병제로 군에 오게 된 사병들을 그 누구도 일관된 가해자 혹은 일관된 피해자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 김루리도 마찬가지고 황장수도 마찬가지다. 저 사람 자체가 그냥 악한 것이라거나, 무조건 불쌍하다고 그리고 싶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나이를 징병제로 인해 군대에 온 사람들이지 않나. 양가적인 걸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사관이 되어 준호 앞에 돌아온 박성우(고경표 분)의 등장은 뜻밖이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저는 무조건, 안준호가 (박성우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즌1 당시 안준호가 박성우와 몸싸움 한 데 대해 사과한 적이 없으니까. 이 인물은 주인공인 안준호가 그렇게 했으니까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건가? 그건 아니었다. 징병돼 군대에 온 모든 인물들이, 누군 굉장히 나쁜 사람으로 혹은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준호의 사과에 대해 성우가 보이는 반응에서 20대 초반 남자들의 미숙함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시즌3 생각은 아직…모든 이들이 각자의 자리서 행복하길”
‘D.P.2’ 한준희 감독이 시즌3에 대한 구상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적어도) 드라마에선 조직을 뒤흔든 ‘D.P’ 4인방의 몸을 던진 고군분투로 인해 무고한 희생에 대한 군의 잘못은 작게나마 인정됐고, 군은 사과했다. 반면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경찰에 넘기는 ‘항명’을 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 당한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단장 사례 등에서 볼 수 있듯, 현실 군대의 폐쇄성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 현실. 이 지독한 현실 때문에 드라마의 판타지성은 더욱 부각된다.

‘D.P.’의,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흔적은 남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한 감독은 “내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라면서도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느껴주신다면 연출자로서 감사할 것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 준호의 귀대 장면엔 그의 국방부 시계를 의미하는 ‘D-364’라는 문구가 들어 있어 시즌3 가능성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2에서 ‘D.P.’ 부대가 시스템과 대립했던 만큼, 그들이 한 조직에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사실이다.

시즌3 가능성에 대해 한 감독은 “새로운 판은 아직 생각 못 해봤다. 시즌3를 궁금해하실 수도 있는데, 시즌1 때도 그랬고 시즌2도 그랬고. 12개의 이야기로, 그때그때 전력을 다 해서 이걸 매듭을 잘 지어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물론 상황과 여지가 주어지면 고민을 해보겠지만, 당장은 생각을 못 해본 일”이라고 말했다.

감독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남은 대사가 무엇인지 묻자 한호열 병장이 전역하며 남긴 ‘또 봐’라고 답했다.

“다음 시즌이라는 게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시즌1때랑 똑같이, 이 인물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행복해질 수 있는 결말을 갖고 싶었어요. 모두가 트라우마를 갖게 됐지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또 살아갈텐데, 어쩌면 ‘또 봐’라는 말이,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그에 어울리는 대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D.P.2’는 지난 7월 28일 공개됐다. 시즌1부터 시즌2까지 넷플릭스에서 전 회차 감상할 수 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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