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과 의견 충돌 빚고 검찰과 싸우다 돌연 사임계 낸 이화영 변호인…검찰 “징계 신청 검토”
검사에게 “당신”이라고 말하기도…검찰 “미션 받고 온 거 아닌가”
8일 쌍방울 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출석한 변호인이 이 전 부지사와 상의하지 않고 증거의견서 및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제출한 뒤 사임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해당 변호인에 대해 "징계 개시 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 42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변호사가 출석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와 재판 초반 진행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와 의견 충돌을 빚었다. 덕수는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해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이 전 부지사는 공동 변호인으로 선임돼 있는 법무법인 해광 측 변호인 출석 후 재판에 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해광 변호인은 이 전 부지사 검찰 조사에 입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부지사의 부인은 남편의 검찰 조사 태도가 최근 일부 바뀌자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전 부지사가 이날까지 부인과 입장을 조율하지 못하자 해광 측은 이날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검찰 측과 이날 재판에서 계속 충돌했다. 이 전 부지사가 재판 연기를 요청하자 검찰이 "피고인이 국선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다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고, 이에 김 변호사는 "멀쩡하게 나온 변호사를 두고 국선 변호인을 운운하는 것은 변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덕수를 유령 취급하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양 측의 대립은 변호인이 최근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격화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과 관련한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한 진술 조서를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는데 이 조서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 "당시 도지사였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북한에 돈을 썼는데, 우리도(도지사 방북) 신경 써줬을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피고인으로부터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고, 해광 측도 (증거에 대한) 내용 부인하겠다고 해서 증거 관련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입장인지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가 "당신이 변호사입니까?"라고 소리쳤고, 검찰은 "검사한테 당신이라고 하는 게 맞냐"며 맞받으면서 고성이 오갔다.
재판부는 이후 재판 절차 진행 논의를 위해 10분간 휴정을 선언했다. 김 변호사는 이후 재개된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의사와 무관한 검찰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서, 재판장 기피신청서 및 변호인 사임서를 차례로 제출했다. 그는 검찰이 "(덕수 측이) 진술 조서를 오로지 부인하는 ‘미션’을 받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재판장님 미션을 얘기하는데 놔두시는 거냐. 퇴정하겠다"며 10여 분 만에 퇴정했다. 김 변호사가 제출한 증거의견서에는 "피고인에 대한 회유·압박 및 신체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등에 따라 임의성이 의심되는 피고인의 자백이 포함됐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가 "(증거의견서와 기피신청서를) 처음 들었고 읽어보지 못했다. (변호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곧바로 밝히면서, 증거의견서는 반려되고 재판부 기피신청서도 철회됐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검찰 측 증인신문(재주신문)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 전 부지사의 변론을 대리할 변호사가 공판 도중 사임하면서 재판은 또 연기됐다. 검찰은 재판 연기 후 "이 전 부지사의 의사에 반하는 배우자와 변호인의 관여로 인하여 공판이 공전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하며, 해당 변호사에 대하여는 변호사 징계개시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정은 취재진 외 쌍방울 관계자,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방청석이 모자라 20여명은 서서 재판을 지켜봤다. 일부 지지자는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진실만을 말해달라", "힘내세요"라고 외쳐 법정 경위들로부터 제지받기도 했다.
이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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