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수도권 분원, 장관 승인 받아야…병상수급 관리(종합)
11개 분원 이미 건축허가 단계…실효성 논란도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앞으로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을 신축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이 추진된다.
그동안 광역자치단체장의 권한이었던 병원 설립 인허가권을 장관이 통제함으로써 최근 의료계 이슈인 병상 수급 논란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8일 이런 내용의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2023~2027)을 발표했다.
◇병상 수 OECD 최다…4년 뒤 10만5000병상 과잉 우려
국내 전체 병상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일반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7.3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4.3개)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가장 많다. 2027년에는 일반병상과 요양병상 약 10만5000병상 과잉 공급될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이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률 유발과 국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병상 자원 활용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수도권에는 11개 대형병원이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6600개 병상이 더 늘어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지방 의료인력 유출 및 필수의료 기반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협은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 증설로 추가 발생할 건강보험 요양 급여비 규모가 연간 2조481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사전 심의 절차를 도입한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 등을 개설할 때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 개설 허가를 신청할 때 의료인력 수급 계획을 반드시 제출해 함께 심의받도록 한다.
해당 병원이 병상을 확대하거나 증설할 때도 마찬가지로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병상을 신·증설할 때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사전 심의·승인받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는 의료기관 건축 허가를 받고 완공한 뒤 시도에서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하는데, 앞으로 개설 허가 전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개설 허가 권한이 일부 지역에서는 시군구에 있는데, 이를 의료법상 명시된 시도지사로 재정비한다.
이와 함께 2027년 병상 수급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전국을 △공급 제한 △공급 조정 △공급 가능 지역으로 나눠, 공급 제한과 조정 지역의 경우 병상 공급 감축 등의 제약을 받게 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 지역이 공급 제한 및 조정 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연내 시도별 병상수급 관리계획 수립, 복지부 검토 거쳐 2024년 시행
각 시도는 병상 관리 기준을 바탕으로 지역 상황을 고려해 병상 수급 및 관리계획을 오는 10월 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11월 시도별 계획을 검토하며, 12월 병상 관리위원회 심의(조정·권고)를 거쳐 2024년 1월부터 시도에서는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에 따른 병상 관리에 나선다.
필수의료 기능, 감염병 대응, 권역 책임의료기관 중심 네트워크 구축 등 예외 사항을 감안할 수도 있다. 필요한 병상은 과잉 공급지역이라고 해도 병상 증설을 허용한다. 또 기존 병상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적정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시설 기준을 준수하도록 병상 관리를 강화한다.
오상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도 건축허가가 나 공사 중인 곳도 있고 아직 지자체와 MOU를 체결한 곳도 있고 상황이 다르다"면서 "추후 의료법이 개정되고 그 대상에 해당한다면 이미 분원 추진이 진행 중인 기관도 개정 내용을 엄격하게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기존에 공급된 병상을 강제적으로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장기적으로 불필요한 병상의 자연스러운 감소나 기능 전환 등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시책으로 병상은 물론 환자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 차관은 "지역 가산 수가제를 설계, 시행할 때 병상 과잉 여부를 고려하는 방안을 통해 감축과 전환을 신속히 유도해 나가겠다"면서 "공급 조정 지역의 경우, 기능 전환이라든지 자원을 적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수요 값 기준 범위에서만 허가·신설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 차관은 주로 영세한 병원에서 병상 이용률이 낮고 평균 재원일수가 더 높은 이유에 대해 "우리 의료체계는 (아직) 급성기, 회복기, 만성기 구분이 없고 별도 기준이나 수가체계도 없다. 앞으로의 숙제"라고 설했다.
그러면서 "의료전달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부분도 준비하고 있다. 종적 및 횡적 전달체계를 새롭게 만들고 확립하겠다"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무분별한 병상 증가를 막기 위해 의료법 개정 등을 신속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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