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무대, 늘어나는 초연
국내 첫 공연 작품 증가세
시장 회복에 모험 가능해져
내년에도 알라딘 등 기대작
불안하고 흔들릴 때 익숙한 선택을 하고, 상황이 나아진 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업계를 막론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던 뮤지컬계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대극장 초연 공연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대중에게 익숙한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관객을 모았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레퍼토리를 늘려 나가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덮쳤던 2021년에는 '그레이트 코멧'과 '비틀쥬스' '하데스타운' 등 대극장 초연 자체가 적었다. 영화나 연극보다 티켓 가격이 비싸 지갑을 열기까지 고민이 필요한 뮤지컬 특성상 띄어 앉기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수적으로 잘 알려진 공연 위주로 진행한 것이다.
작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뮤지컬 시장 규모만 두고 봤을 때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40% 이상 증가해 사상 최초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회복세가 가팔랐지만 그 대부분이 기존 작품에서 나온 수익이었다.
그나마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사랑의 불시착' 등 영화, 드라마로 익숙한 작품들이 뮤지컬로 변모해 초연됐고, '물랑루즈'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르긴 했지만 그리 다양한 작품을 만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 1000석 규모를 상회하는 대극장이 아닌 중극장까지 살펴보면 고독사라는 사회적인 주제를 담아 약 700석 규모의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에서 열린 '어차피 혼자'와 매 순간의 선택에 따라 삶이 바뀌는 내용을 담은 '이프 덴' 등이 있었던 정도다. 한 극장 관계자는 "대관료를 고려하면 유명 뮤지컬을 올리거나 공연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분위기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당장 1월부터 클래식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일생을 그린 '베토벤'이 초연됐다.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프리다' 등을 제작했던 EMK뮤지컬컴퍼니의 5번째 창작 뮤지컬이었다. 이어 영국 국왕 헨리 8세의 여섯 아내를 모델로 한 '식스 더 뮤지컬'도 호평을 받았고,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 '루쓰'나 '드림하이' 등도 무대에 올랐다.
또한 현재는 본 조비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해온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작사·작곡을 맡아 흥겨운 1950~1960년대 로큰롤과 솔을 보여주고 있는 '멤피스'가 지난달 20일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최근 트로트 가수나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뮤지컬계로 다수 들어오는 상황도 초연작들이 새 얼굴을 찾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애초에 뮤지컬은 극본부터 작곡과 무대 등 초기 제작비가 많이 들기에 초연에서부터 수익을 얻기는 어렵고 이후 재연, 삼연을 거쳐 차츰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전제하면서 "특히 대극장에서 뮤지컬 초연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큰 투자다. 코로나 이후 관객이 돌아오면서 이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비로소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후반부에도 이 같은 기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국내 최초 오페라 공연을 꿈꾸며 독립 문제까지 고민하는 청춘들을 다룬 '일 테노레', 동명의 일본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베르사유의 장미' 등이 관객들을 새로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브로드웨이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디어 에반 핸슨', 디즈니의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알라딘' 또한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라 팬들에게는 기쁜 해가 될 전망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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