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SPC 1년도 안 돼 또 사고…왜 끊이지 않나

강영훈 2023. 8. 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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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PL 20대 근로자 사망…이후 샤니서는 연달아 손끼임 사고
'안전강화 1천억원 투자' 발표 무색…"사업주가 철저히 확인하고 교육해야"

(성남=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2인 1조 작업 등 기본적인 작업 안전 수칙조차 도외시한 채 공장을 가동하다가 지난해 20대 여성 근로자의 근무 중 사망 사고를 초래한 SPC의 계열사에서 또다시 근로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났다.

SPC는 지난해 사고 후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계열사 공장에서 잇달아 근로자 끼임 사고가 발생하면서 SPC의 이같은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SPL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추모하며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지난해 10월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0.20 pdj6635@yna.co.kr

8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41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소재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근로자 A씨가 작업 도중 이동식 리프트와 설비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근무는 2인 1조로 이뤄졌는데, 동료 근무자가 A씨의 안전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기계를 작동시켜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A씨는 현재 호흡과 맥박이 돌아온 상태로, 곧 수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SPC 계열사에서 근로자가 근무 중 사고를 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15일 SPC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 B씨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B씨는 가로·세로·높이가 약 1m, 깊이 50∼60㎝ 정도 되는 오각형 모양의 교반기에 마요네즈와 고추냉이 등 배합물을 넣어 섞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작업은 내용물이 잘 섞이지 않으면 직접 손을 넣어 내용물을 건져내야 하는 위험 요인이 있어 매뉴얼 상으로 2인 1조로 하게 돼 있다.

B씨는 그러나 작업에 홀로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다. 부검 결과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는데, 2인 1조 근무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아 구조가 늦어진 점이 B씨 사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고개숙여 사과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고 후 SPL이 현장에 천을 둘러놓은 채 다른 기계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현장을 목격한 근로자들에게 뒤늦게 휴가를 준 사실, 그리고 사망자의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 두 상자를 두고 간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SPC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SPC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이어지자 허영인 SPC 회장은 사고 엿새 만인 같은 달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PC는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3년간 총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재발 방지 대책도 발표했다.

하지만 허 회장의 사과가 무색하게 바로 이틀 뒤 이번엔 다른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

이어 지난달 12일에도 같은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허 회장의 사과 이후 이날 사고까지 합쳐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만 총 3번의 근로자 부상 사고가 난 것이다.

회사 대표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그리고 안전 관리 강화 등의 구호가 헛된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샤니 제빵공장 심정지 사고 발생 기사에는 "SPC가 죽이는 노동자가 도대체 몇 명이냐", "이제 빵 그만 먹읍시다", "계속 사고가 나는 기업은 기업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이라는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평택 제빵공장서 숨진 20대 근로자 추모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사업주가 공장의 설비와 안전 문제 등에 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일어났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사람이 안에 있는 상황에선 기계를 가동하지 못하도록 안내 문구를 부착하고, 끼임 방지 등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는 공장 설비와 안전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를 철저히 확인하고 안전 교육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자 또한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건의하는 등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SPC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직원과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경찰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당사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성남 샤니 제빵공장은 사고 직후 전 생산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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