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시작... 결과 따라 계약해지·손해배상 ‘혼선’ 예상

이미호 기자 2023. 8. 8. 16: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진 전국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철근 누락이 발견된 경우 보상 문제를 둘러싼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분양 계약 해지는 쉽지 않은데다, 만약 손해배상으로 갈 경우 결국 가장 자금력이 있는 시공사(건설사)를 상대로 몰릴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부실 시공'으로 판명날 경우, 입주예정자와 입주민의 시공사·시행사 상대 손해배상 요구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자 중대·보수 곤란, 해석 놓고 분분할 듯
“손해배상, 결국 시공사로 쏠릴 것”

정부가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진 전국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철근 누락이 발견된 경우 보상 문제를 둘러싼 후폭풍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분양 계약 해지는 쉽지 않은데다, 만약 손해배상으로 갈 경우 결국 가장 자금력이 있는 시공사(건설사)를 상대로 몰릴 수 밖에 없다. 건설사 입장에선 검사 비용은 물론 손해배상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8일 오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송파구 위례23단지 지하주차장을 철근 탐사기로 확인하는 모습./연합뉴스

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 점검 계획’에 따르면 주거동과 지하주차장 등에 무량판 구조를 쓴 민간 아파트는 당초 전국 293개 단지로 집계됐지만 조사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안전 점검 담당 기관은 시설안전협회가 후보군을 정하면 이 중에서 국토부가 선정한다. 점검 대상인 민간 아파트 안전점검에 참여했던 업체는 제외된다. 최종 선정된 점검 기관은 지방자치단체, 국토안전관리원과 함께 이번 주부터 단지별 점검에 나선다.

민간 건설사들은 ‘설마 철근누락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100% 확신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각 현장에 품질관리사를 배치고 모든 공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설마 누락이 있을까 싶다”면서도 “하지만 혹시나 혹시나 치명적인 부분이 있을까 걱정 된다. 보강 공사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문제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부실 시공’으로 판명날 경우, 입주예정자와 입주민의 시공사·시행사 상대 손해배상 요구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보상 문제는 크게 보면 ▲계약해지권 적용 ▲민사상 손해 배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데, 계약해지권은 민간 아파트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해지는 계약 상대방인 시행사와의 분양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아파트표준공급계약서를 근거로 한다. ‘분양주택의 하자가 중대하고 보수가 곤란해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한해 계약의 해제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놓고 양측간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대법원 판례상 하자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 내용, 해당 건축물이 설계 대로 건축됐는지 여부, 건축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도록 돼 있다.

김용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계약 해지를 인정 받으려면 (공정위 공급계약서상) 보수가 곤란한 것인지 여부를 놓고 다투게 될 것”이라며 “결국 사안별로 단지별로 상황이 다 다를 것으로 보인다. 즉, 보수공사를 통해 보수가 가능한 수준인지 아예 재시공까지 해야 될 수준인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해배상은 이와 상관없이 가능하다. 손해배상의 상대방은 시행사(또는 신탁사) 뿐 아니라 시공사(하청업체 포함), 감리사 등 관련된 모든 주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자금력이 있는 시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직접 계약 관계에 없는 건설사업자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 가능)에 따라 설령 직접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아니라도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시행사가 통상 사모펀드(PEF)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돈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에도 조합 보다는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간 건설사들은 안전 진단 검사 비용에 손해배상 비용까지 물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한 임원은 “설계나 감리 등을 포함해 건설업계 총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인데 당장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건설사에 떠넘기는 느낌이 들지만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