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오명 쓴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축제…15년 역사 어쩌나
이듬해부터 교계·지자체 힘 모아 크리스마스트리 축제 열어
15년 동안 성장 거듭하며 지역 대표 축제로 거듭났지만 비리 의혹 등 논란으로 '오명'
부산 중구청, 축제 이름 바꿔 명맥 이어
지역·교계에서는 '의미 퇴색' 아쉬움 나와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문화 축제'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횡령 등 각종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축제를 주관한 단체 관계자가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8.7 부산CBS노컷뉴스=부산크리스마스트리 축제 비리 의혹 사실로…검찰 송치] 해당 지자체가 축제 이름을 바꾼 뒤 직접 행사를 주관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10년 넘게 부산을 대표하는 겨울 볼거리로 자리 잡았던 축제의 위상과 의미에는 악영향이 예상된다.
부산 중구청과 광복동 상인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인근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긴장한 광복로 일대 상인들은 "우리끼리 뭉쳐서 광복로를 살려보자"며 자체 예산을 마련해 트리와 조명을 설치하고 '루미나리에 빛 축제'를 시작했다. 빛 축제는 기대보다 큰 인기를 끌어, 한겨울 추위에도 조명을 보러 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때마침 부산지역 기독교계가 시민을 위한 문화 행사를 기획한다는 소식을 접한 광복로 상인들은 빛 축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협력에 나섰다. 그 결과 2009년, 부산기독교총연합회와 지역 상인,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아 첫 '크리스마스트리 문화 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2010년 두 번째 축제에도 시민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오후 6시 점등식을 한 지 2시간 만에 주변 식당의 재료가 모두 떨어질 정도로 상권도 커졌다. 상권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한 상인들은 축제 활성화를 위해 자진해서 1억 원이 넘는 돈을 모아 축제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한 트리 축제는 매년 성장을 거듭했고, 광복로 일대를 화려하게 수놓는 부산의 대표적인 겨울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형형색색 빛의 향연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주 무대를 중심으로 각종 거리 공연까지 더해지면서, 어느덧 전체 사업비만 5억 원이 넘는 대형 행사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세계축제협회가 선정하는 'TV 프로모션 부문 최우수 축제'에 뽑혔고 유엔해비타트 산하 아시아도시연구소가 선정한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제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던 축제는 '비리 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나 표류하기 시작했다. 2021년 지역 기독교계는 앞선 축제 준비 과정에서 일부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수천만 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는가 하면 인건비까지 부풀렸다는 등의 내용을 폭로했다.
결국 사건은 경찰로 넘어갔고, 수사 결과 이들 의혹 상당수가 사실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2017년에 이어 2018년 축제 준비 과정에서도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는 각종 증거를 확보했고, 관계자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는 일단락됐지만, 트리 축제는 비리 오명과 함께 각종 수모를 겪어야 했다. 부산 중구청은 지난해 자체 예산을 투입하고 축제 이름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빼고 '광복로 겨울 빛축제'라는 명칭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중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체 예산으로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횡령 등 논란이 된 기존 행사와 차별화를 위해 지난해 바꾼 축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올해 축제도 정상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추경 등을 통해 구비 7억 원을 마련했다. 이번 축제에는 종교적인 색채를 빼고 6.25 피난 시절 당시 중구민의 역사 등을 녹일 계획"이라면서 "구 자체 예산을 투입하고 설계와 용역 등 모든 과정을 구청이 발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에 행사를 주최했던 단체에 대한 수사 여부와 무관하게 축제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축제를 이어가려는 의지는 의미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기존 크리스마스트리 문화 축제가 가지고 있던 상징성과 축제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광복로 문화포럼 김태곤 사무국장은 "크리스마스트리 축제와 빛 축제는 이름부터 다르다. 빛 축제로 이름을 바꾸면서 다른 지자체와 차별성이 없는 야간 경관 사업의 일종으로 전락한 셈"이라며 "트리 축제는 광복로가 자체적으로 끌어온 의미 있는 축제인 만큼 이를 이어가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트리 축제는 특정한 개인의 것이 아닌 광복로 상인과 축제를 즐기는 부산시민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하며 "일부가 축제를 본인 소유로 착각하고 운영하면서 이런 파행이 빚어진 것 같다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부산시 역시 기존 축제의 차별성과 의미가 빠진 광복로 빛 축제에 대해서는 시비를 지원할 근거가 없다며 앞으로도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축제 재원과 규모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민 입장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축제가 계속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광복로 빛 축제는 엄밀히 말하면 구청이 자체적으로 여는 신규 축제로 봐야 한다"며 "빛 축제를 여는 지자체는 많다 보니 중구에만 시비를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 등의 문제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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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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