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 두번째 불신임 투표 직면한 모디…‘마니푸르 사태’ 침묵이 일 키웠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집권 후 두번째 불신임 투표에 직면했다. 석달째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마니푸르 참상을 외면한 것이 문제가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한데 뭉쳤다는 의의가 있으나 결과는 모디 총리의 승리로 예상된다.
8일(현지시간) 인디아투데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인도 의회는 앞서 야당이 발의한 내각 불신임안에 관한 토론을 시작했다. 의회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논의를 진행하며, 모디 총리는 10일 오후 불신임안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26개 당으로 구성된 야당 연합은 모디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지난달 26일 하원의장이 이를 승인하면서 불신임안 논의 및 투표 절차를 밟게 됐다. 의원내각제를 따르는 인도에선 불신임결의가 통과되면 내각이 모두 퇴진하거나 의회를 해산해야 한다.
야당이 불신임안을 제출한 직접적인 계기는 마니푸르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 사태다. 미얀마와 접한 마니푸르주에서는 지난 5월초부터 메이테이족과 쿠키족 간 유혈충돌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힌두교를 주로 믿는 메이테이족과 기독교인 쿠키족의 갈등은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됐다. 그러다 지난 5월 법원이 메이테이족을 ‘지정부족’으로 인정한 것이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지정부족으로 인정되면 주택·토지구입·대학입시 등에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충돌로 인해 이 지역에서는 두 달 넘게 인터넷이 차단됐으며, 주민들은 경찰 무기고를 급습해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약 150명이 숨지고 6만명 이상이 피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참상이 빚어졌으나 모디 총리는 사태 발발 후 2달 동안 침묵을 지켰다. 최근 마니푸르주에서 여성을 상대로 벌어진 성범죄 영상이 확산하며 공분을 일으키자 그제야 “인도 시민사회를 부끄럽게 만든 사건”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이에 야당은 모디 총리와 집권 인도인민당(BJP)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모디 총리가 마니푸르주 책임자를 경질하지 않는 등 이 사태를 방관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불신임안을 발의한 가우라브 고고이 의회당 의원은 이날 의회 토론에 연사로 나서 “마니푸르에서와 같은 공동체 분열을 본 적이 없다. 당신(모디)의 정치는 주를 둘로 갈랐다”며 “침묵을 깨기 위해 야당은 불신임안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불신임 카드를 꺼내든 건 내년 5월 총선을 앞두고 모디 총리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 26개 야당은 지난달 18일 인도국가개발포용연맹(INDIA·인디아)을 결성했다. ‘인디아(인도)’라는 이름은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 노선에 맞서 자신들이 인도 국민의 뜻을 대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디 총리는 이 같은 야권의 움직임에 “‘인디아’란 이름이 들어갔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다”란 취지로 반격했다.
이번 불신임안 추진은 INDIA가 모디 총리에게 가하는 첫번째 일격이다. 이는 야당 연합이 정치적 단결성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BBC는 전망했다. 뉴델리 옵서버연구재단의 니란잔 사후 선임연구원은 야당 연합 형성이 “모디를 패배시키기 위해 경쟁자들이 서로 손을 잡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의미가 만만치 않다”고 CNN에 밝혔다.
다만 불신임안이 실제로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시피하다. BJP는 하원 542석 중 301석을 차지하며, 연합 정당까지 합하면 331석으로 절반을 넘는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한 이후 2018년 7월 첫번째 불신임 투표에 처했는데, 당시에도 BJP의 압도적인 의석수에 힘입어 반대 325표·찬성 126표로 가볍게 승리했다. 이날도 모디 총리는 BJP 회의에서 “불신임안은 우리에 대한 반대 탓이 아니라 야당 내부의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이를 야당에 대한 기회로 간주하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모디 총리가 신경쓰지 않을 순 없다는 평이 나온다. 야당은 이번 불신임안 투표의 목적이 숫자가 아니라 모디 총리가 마니푸르에 관해 입장을 밝히게끔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니푸르를 위한 정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정치분석가 아라티 제러스는 특히 다음 달 인도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회의 개최를 앞두고 “침묵이 그가 공감력 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낳으면서 모디 총리에게 불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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