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 러브콜 이어지는데”…희토류공장 韓 유치에도 국내 대기업 ‘외면’

장우진 2023. 8. 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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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핵심광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 연합뉴스

호주 희토류 광산 개발 기업 ASM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토대로 국내 최초 희토류 생산 법인을 한국에 설립했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해외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미국·유럽의 영구자석 관련 업체들은 KSM메탈스에 발 빠른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관망이 공급망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작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한-호주 핵심광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이후 ASM·KSM메탈스 등과 희토류 관련 협업을 위한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 모델을 논의해 나가자" 이상의 구체적인 협업 모델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기업들은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당시 참석 기업은 현대차, SK온, 삼성SDI,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고려아연 등이 대표적이다. 희토류는 산업용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의 핵심 원자재로, 특히 전기차용 전기모터에 필수로 들어간다.

미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글로벌 경제 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시장 불확실성 등이 아직 성장 단계인 희토류 시장에 대해 투자를 꺼리는 요소로 꼽힌다. 또 중국에 대한 높은 희토류 의존도도 새로운 공급망 확보를 눈치 보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에 반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을 중심으로 한 광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터리의 경우 희토류에 비해 글로벌 수요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손익이 보장되고, 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 전언이다.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주요 대기업들도 희토류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밸류체인(가치사슬) 차원에서 투자 규모 등을 산정하는 데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희토류가 쓰이기 시작한 시기가 오래되지 않았고 중국이 자원을 꽉 잡고 있는 만큼 당장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희토류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달 초에는 미 영구자석 제조업체인 'USA 레어 어스'가 ASM과 희토류 공급 협약을 맺었으며, 이에 KSM메탈스는 내년부터 5년간 USA 레어 어스에 희토류를 공급하게 된다. 지난달 말엔 ASM-호주 광물 개발기업 블랙스톤 미네랄-베트남 희토류 제조업체 VTRE 3사가 베트남 지역 희토류 채굴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지난 5월에는 미 희토류·리사이클링 업체인 노베온이 AMS과 희토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 외 미국·유럽의 영구자석 업체를 비롯해 GM, 벤츠 등과 같은 기업들도 호주 광산 개발을 위한 지분 투자·기술 협업 등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해외 기업들의 움직임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이 중국산 원자재 사용을 제한한 데 따른 공급망 다변화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중국산 원자재 사용 비중을 65% 미만으로 낮추는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지난 6월 공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들이 '희토류 한국 공장'이라는 인프라를 해외 기업에게 선점당할 경우 중장기적 원자재 공급망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비롯해 마그네슘·요소수 공급난 등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희토류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미국·유럽 등이 중국산 원자재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KSM메탈스는 호주 더보 지역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을 추진 중인 ASM의 한국 법인으로, 정부와 지차체 차원의 적극적인 유치 지원에 오창에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호주 더보 광산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설계를 맡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2025년 이후에는 배터리 생산량이 수요보다 많아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많은 광산을 확보한 중국의 입김이 거세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미 IRA 등과 관련해 중국·이란·러시아 등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경우, 직접 광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2~3년 후 국내 기업들은 혜택보다 피해가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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