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하루, 쿠팡 노동자는 못 쉬는 ‘택배없는 날’

장현은 2023. 8. 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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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씨제이(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대다수 택배 노동자들이 '택배 없는 날'로 여름휴가를 간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종로구 통합물류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택배없는 날 동참과 이를 위한 노동부와 통합물류협회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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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가 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통합물류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택배노동자들의 1년에 딱 하루뿐인 ‘택배 없는 날’이 쿠팡 노동자들에겐 죽음의 날이 돼서는 안되지 않습니까.”(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오는 14일 씨제이(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대다수 택배 노동자들이 ‘택배 없는 날’로 여름휴가를 간다. ‘365일 배송시스템’에 힘겨워하는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2020년 고용노동부와 통합물류협회, 민간 택배사들이 ‘택배없는 날’에 합의했다. 많게는 주 6일, 장시간 노동을 하는 택배노동자에게 8월 14일, 단 하루라도 여름 휴가를 주자는 뜻이다.

택배 없는 날이 4년을 맞았지만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올해도 예외가 됐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씨엘에스·CLS)가 택배없는 날에 불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종로구 통합물류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택배없는 날 동참과 이를 위한 노동부와 통합물류협회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쿠팡이 택배없는 날 참여를 회피할 경우, ‘택배없는 날에도 쿠팡은 안쉰다’라는 인식이 생기고 해당 연휴에 쿠팡으로의 물량 쏠림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며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없는 날’ 연휴에 오히려 물량 폭증에 따른 극한의 과로 노동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쿠팡 씨엘에스도 통합물류협회에 등록돼 있다. 협회 회장과 노동부 장관 서명을 날인한 택배없는날에 동참해야 한다”며 “택배 노동자들이 부담없이 눈치 안 보고 한 번 쉬게 하자는 제도의 도입 취지가 오히려 쿠팡씨엘에스 택배 노동자에게는 넘쳐나는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죽음의 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각 대리점이 ‘백업 기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휴가를 낼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최근 분당지회에서는 백업기사가 없어서 주 7일을 일하다가 자녀가 아파서 쉬고, 폭염에 차가 고장나서 하루 쉬었다는 이유로 수행률이 떨어져 ‘클렌징’(배송 수행률 미달에 따른 배달 구역 회수) 당했다”며 “백업기사가 있는 일부 대리점의 예를 가지고 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95%라는 높은 배달 수행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주 7일을 일을 하는 상황으로, 클렌징은 사실상 해고”라는 입장이다. 최근 택배노조가 쿠팡 택배 노동자 187명으로부터 응답받은 여름휴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년 이상 근무자 중 ‘지난해 여름휴가를 2박3일 다녀왔다’는 응답은 36%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39.5%는 ‘올해 여름휴가를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45%를 차지한 가장 큰 이유는 ‘수행률이 떨어질까 걱정되어서(클렌징에 대한 우려)’였다.

다른 기업들의 참여까지 저하해 ‘택배 없는 날’ 자체를 의미없게 만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진 위원장은 “노동부도 아예 손 놓고 있고, 법적 의무가 아니라며 책임 방기하는 과정에서 다른 택배사들에서는 이미 ‘왜 역차별 당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시작됐다”며 “내년에도 택배없는 날이 존속될 수 있을지 택배노동자들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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