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찾아라 치매를 잡아라

2023. 8. 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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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協 국제회의, 전세계 전문가 7천명 성황
가정용 조기 진단키트부터
진행 늦춰주는 신약 눈길
인지능력 큰폭으로 개선 등
임상서 좋은 성과 얻었지만
뇌출혈·뇌부종 등 부작용도
엔케이맥스 등 국내기업
치료제 개발열기에 동참
폴 송 엔케이젠바이오텍 대표(왼쪽)가 학회 관계자들에게 'SNK01'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16~2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회의(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AAIC 2023)'에 전 세계 의료계의 이목이 쏠렸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가 좋은 신약의 임상 결과가 잇달아 공개되면서 '치매 치료'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는 NK세포를 이용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우리나라 엔케이맥스를 비롯해 미국, 유럽, 아시아 각국에서 치매 전문가 70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가 쪼그라들고 기억과 사고 능력이 상실되는 병이다. 기억력을 점차 잃어 자신은 물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고도 불린다. 국제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500만명, 2050년에는 1억39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치매 환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아직 치료약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통·메스꺼움, 일부 사망 발생 등과 같은 부작용이 있어도 치매 관련 신약 개발 소식에 환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셈이다.

지난달 6일 인지기능 악화 속도를 27% 낮추는 효과가 있는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정식 승인을 받은 데 이어,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AAIC 2023' 행사 현장에서 지난달 17일 자체 개발한 '도나네맙'이 3상 임상 결과 알츠하이머 진행을 약 35% 늦춘다고 발표했다.

또한 보청기 착용이 장기적으로 인지기능 감소 위험을 48% 줄일 수 있고, 만성변비는 '주관적 인지기능 감소'에 노출될 위험이 73%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치매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아편)를 사용할 경우 2주 내 사망 위험이 11배 높아진다는 임상 결과도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조만간 병원이 아닌 집에서 손가락 끝부분의 채혈로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스웨덴 예테보리 연구팀 발표에 '가정용 치매 조기 진단 키트'가 곧 상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스웨덴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된 3개의 바이오마커 테스트(NfL, GFAP, P-tau 181 and 217)를 개발해 임상 결과 85%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현재 병원을 방문해 숙련된 전문의에 의해 사용되고 있지만 조만간 가정용 키트로도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AAIC 2024'를 기약하고 헤어졌지만 치매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일부 환자에게서 나타난 뇌출혈, 뇌부종 등과 같은 부작용은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엔케이맥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열심이다. 아리바이오가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젬백스앤카엘이 미국, 유럽 등에서 글로벌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엔케이맥스는 멕시코에서 임상 1상 중이다. 엔케이맥스는 자연살해(NK) 세포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NK세포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면역세포 중 하나로, 암 세포를 사멸할 만큼 강한 살상력을 지녔다. 특히 스스로 우리 몸에 해로운 세포를 공격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NK세포 치료제는 치료 효과는 물론 부작용을 줄여 안전하게 장기간 투약할 수 있는 치료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엔케이맥스의 미국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은 'AAIC 2023'에서 NK세포 유래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SNK01'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임상은 경증 5명, 중등증~중증 5명 등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SNK01을 3주마다 총 4번 정맥주사로 투여했다. SNK01 저용량(10억개), 중간 용량(20억개), 고용량(40억개)를 투여해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마지막 투약 1주 후 인지능력(CDR-SB, ADAS-Cog, MMSE)을 평가한 결과 각각 70%, 60%, 50%의 환자들이 안정화 혹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마지막 투약 12주 후 검사에서도 각각 67%, 83%, 83%의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유지했다.

폴 송 엔케이젠바이오텍 대표는 "이번 임상에서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3개의 지표와 신경염증 지표가 유지되거나 개선됐고,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안전성과 유효성도 입증했다"고 총평했다. 그는 "핵심 기술은 환자나 공여자로부터 활성화된 NK세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SNK01은 환자 본인의 NK세포를 이용해 배양된 치료제이기 때문에 부작용 없이 안전한 투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SNK01은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등의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뇌의 면역 환경을 개선해 근본 문제를 해결한다.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는 비정상 단백질을 제거해 뇌를 청소하는데, 미세아교세포가 활성을 잃으면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고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 폴 송 대표는 "SNK01은 활성을 잃은 뇌 면역세포 미세아교세포를 정상화시키고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되면 다시 비정상 단백질을 제거한다. 특히 17일간 SNK 배양 과정에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를 돕는 다양한 수용체의 발현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NK01은 중증 환자에게서 효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경증 환자 대상 치료제와 차별화된다. 현재 중증 알츠하이머의 치료 약물은 없다. 회사 측에 따르면 SNK01은 중등도와 중증 치매 환자 대부분의 인지 기능이 개선되거나 질병이 안정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행사 현장에서 SNK01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다. 실제 협력을 희망한 기업들도 있었다. 폴 송 대표는 "이번 AAIC에서 두 곳의 빅파마가 찾아왔고 포스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속 미팅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케이젠바이오텍은 앞으로 미국에서 임상 2상에 도전할 예정이다. 폴 송 대표는 "임상 1상을 통해 SNK01이 부작용 없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능력을 개선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증상 악화를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 개선이 가능한 치료제가 될 것이다. 올해 4분기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 이상민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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