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연골 닳으면 꼭 인공관절 수술?…"줄기세포로 재생 가능해요"
관절에 물 차거나 뼈 변형도
일상생활 힘들만큼 통증 악화
자기복제 능력있는 줄기세포
관절염 새치료법으로 주목
환자 85% 통증완화·기능 향상
"연골 30%만 남아있어도 치료 "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질환이 있다. 바로 '퇴행성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뼈와 뼈 사이 연골이 닳는 질환으로, 악화될수록 고통이 심해져 노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통증이 악화되어 관절에 물이 차거나 뼈 자체가 변형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무릎을 굽히기나 계단 오르내리기가 어려워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5년 260만여 명에서 2021년 289만여 명으로 3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초고령사회 국가인 일본은 중장년층의 약 절반이 무릎관절로 고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퇴행성 관절염이 '진료 빈도 최다' 질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무릎관절 전문가인 손이치로 이치노미야니시병원 인공관절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일본에서 실시한 대규모 조사에서 40세 이상의 퇴행성 무릎관절증 유병률은 남성 42.6%, 여성 62.4%로 나타났다"며 "나이가 들면서 자립 생활이 어려워지는 원인 1위는 관절 질환, 2위는 쇠약, 3위는 골절과 전도(넘어짐)가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는 먼저 진통제나 재활치료 등 보존요법을 시행하고 효과가 없으면 결국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선택 외에 '줄기세포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닳아버린 '연골'이 재생된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관절은 뼈와 뼈가 합쳐지는 곳에 있어 휘거나 회전하도록 만들어졌다. 무릎관절은 허벅지뼈(대퇴골), 정강이뼈(경골), 대퇴사두근과 슬개골(접시뼈)로 구성되어 있다. 대퇴골, 정강이뼈, 슬개골 표면은 약 70%가 촉촉하고 매끄러운 관절연골로 덮여 있다. 뼈는 딱딱해 강하게 서로 부딪히면 깨진다. 그래서 뼈와 뼈가 만나는 관절은 연골이라는 쿠션으로 뼈들을 보호하고 있다.
설거지할 때 찻잔끼리 세게 충돌하면 깨지거나 금이 가지만, 찻잔 사이에 행주를 끼우면 깨지지 않는 것과 같다.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이 닳았다는 의미로, 찻잔 사이의 행주가 얇아지거나 없어졌다는 뜻이다.
연골에는 신경이나 혈관이 존재하지 않아 연골 자체가 닳거나 찢어져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일어설 때 무릎에 부하가 걸리면 뼈와 뼈가 직접 닳아 실금이 가는 미세골절이 발생한다.
특히 뼈 표면을 덮는 골막에는 모세혈관과 신경이 있어 강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무릎 통증은 뼈끼리 부딪혀 깨지는 미세골절로 생긴다는 얘기다.
손이치로 센터장은 수많은 임상 경험에서 관절연골이 닳고 염증이 생긴 후에도 섬유연골이라는 연골이 재생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골이 원래 있던 상태의 약 30%로 줄어도 보존요법을 통해 재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주로 자가지방 줄기세포를 활용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고 있다. 줄기세포는 아직 분화되지 않은 세포로, 자기복제 능력이 있으며 다른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현재 무릎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에는 자가골수, 제대혈, 자가지방 등 여러 종류의 줄기세포가 이용된다. 자가골수는 자신의 골수에서 채취한 것이며 제대혈은 탯줄에서 채취한 것을 가리킨다. 자가지방은 글자 그대로 자신의 지방에서 채취한 것이다. 이 중 자가지방 줄기세포는 채취가 쉽고 배양이 필요 없어 환자들이 가장 선호한다. 자가지방에는 전체 세포 중 7~10%의 중간엽 줄기세포가 존재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다. 또 나이가 들어도 채취 가능한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자가지방 줄기세포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수의 중간엽 줄기세포 채취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환자의 연골 결손이 심하지 않은 경우 따로 줄기세포 배양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은 2008년 세포치료연구소를 자체 설립해 자가지방 줄기세포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 결과 총 28편의 자가지방 줄기세포 관련 논문을 발표했고, 그중 24편이 'The Knee' 'AJSM' 'Arthroscopy' 등 SCI(E)급 저널에 등재됐다. 그중 퇴행성 관절염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 성과를 담은 논문 '중간엽 줄기세포 주입 후 무릎 골관절염 증상 호전'(Mesenchymal Stem Cell Injections Improve Symptoms of Knee Osteoarthritis)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정형외과 분야 논문 중 3번째로 많이 인용됐다.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는 먼저 환자의 둔부와 복부에서 지방을 채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원심분리기와 키트를 이용해 환자의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한다. 추출한 줄기세포는 관절내시경을 통해 연골이 결손된 부위에 직접 도포한다. 관절내시경이 들어갈 정도로 최소로 절개하기 때문에 출혈과 감염 우려도 적다. 연세사랑병원의 임상 결과에 따르면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한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85%가 통증 완화와 관절 기능 향상을 경험했다.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는 무릎뿐 아니라 어깨, 발목 등 다양한 부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 연구에 따르면 어깨 회전근개봉합술과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함께 했을 때 1년 후 봉합 치유율은 85%, 재파열률은 8%로 나타났다.
고용곤 병원장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 치료는 본래 자신의 연골을 다시 살려낸다는 점에서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급증할 초고령사회의 미래 의학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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