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 "NK세포치료제로 다양한 고형암 정복"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3. 8.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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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배양기술로 항암 효과 높여
다국가 임상으로 CAR 도입 준비
차바이오텍 연구원이 GMP 내 제조실에서 고형암 면역세포치료제인 'CBT101'을 제조·배양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T세포는 먹이세포가 필요 없고 배양하기 쉬워 항암치료제로서 연구개발(R&D)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최근에는 T세포에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적용해 암세포만 타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CAR-T세포 치료제가 개발돼 '꿈의 항암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투약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아직까지 혈액암 외에는 허가받은 적응증이 없어 최근에는 연구의 패러다임이 T세포에서 NK(Natural Killer)세포로 전환되고 있다.

임상정보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00여 개의 NK세포 치료제 관련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NK세포 치료제로 출시된 신약은 없다. NK 치료제를 개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점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의미다.

NK세포는 인체에 존재하는 강력한 면역세포다. 특정한 항원 없이도 비정상세포를 직접 살상하기 때문에 자연살해세포라고도 불린다. 바이러스·암 등이 침투하면 가장 먼저 대응한다.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별해 암세포만 공격·제거하며 암세포뿐만 아니라 암 줄기세포까지 효과적으로 제거해 암 재발과 전이를 막는다. 활성화된 NK세포는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등 T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물질을 분비해 간접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다만 NK세포는 먹이세포와 함께 배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NK세포가 과다하게 활성화되면 오히려 기능이 저하되는 기능소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도록 활성도를 유지하면서 기능이 소실되지 않도록 배양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차바이오텍은 NK세포의 종양 사멸 작용기전을 활용해 고형암 면역세포 치료제 'CBT101'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선천적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NK세포를 추출한 뒤 체외에서 증식시키는 방식이다. 먹이세포를 사용하지 않는 독자 개발한 배양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체내에 존재하는 NK세포는 5~15% 수준으로 치료제로 사용하기에는 양이 부족하다. 또 암환자는 NK세포의 활성도가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서 얻은 NK세포는 암 살상력이 떨어져 치료제로서 기능이 부족하다. 그래서 건강한 성인 공여자에게서 얻은 NK세포를 대량 배양 및 활성화해 치료제로 사용한다.

차바이오텍은 채취한 혈액에서 NK세포만 선별적으로 증식시키는 기술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약 2주 사이에 NK세포가 배양 전보다 최대 2000배까지 증가된다. 배양 전 5~20% 수준인 활성도도 90% 이상으로 향상돼 높은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기존 NK세포 증식 방법으로는 혈액에서 NK세포를 분리한 뒤 배양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차바이오텍의 특허 기술은 분리 절차를 생략하고 혈액에 항체와 사이토카인 등 단백질 성분을 투입하면 바로 NK세포가 선별 증식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또 먹이세포를 사용하지 않는 배양 기술로 세포의 활성이 오래 유지된다.

CBT101은 연구자 임상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의 평균 생존률은 6~8개월로 알려져 있지만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22.5개월에 달했다. 일부 환자는 8년 이상 생존 중이다. 2022년 3월 임상 1상에서 목표로 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으며 현재 다국가 임상 시험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악성신경교종 희귀의약품으로 지정(ODD)받았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치료제는 세금 감면, 시판허가 승인 후 7년간 독점권 인정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임상부터 상용화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있다. 이를 기반으로 난소암, 간암, 위암 등에서의 전임상 연구를 통해 다양한 고형암 적응증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확인했다. 간암의 경우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돼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형암은 종류가 많다. 같은 장기에 생기는 암이라 해도 성격이 다른 것도 많다. 특히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기 쉽고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는 등 치료가 까다롭다.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많을수록 좋은 이유다.

차바이오텍은 CBT101의 우수한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난소암, 간암, 위암 등 다양한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환자 본인에게서 세포를 채취하는 자가 유래 방식이 아닌 건강한 일반인에게서 세포를 채취하는 동종 유래 방식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CAR-NK세포 치료제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나 항체와 병용 용법도 고려하고 있다. NK세포 치료제는 면역항암제와 조합해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거나 항체와 결합해 세포사멸능력을 증가시키는 등 종양을 억제하는 데 높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우수한 배아줄기세포주(ESC)를 수립해 배아줄기세포 유래 NK와 CAR-NK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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