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아람코 순이익 급감…전 세계에 지갑 연 빈살만, 시험대 올랐다

손우성 기자 2023. 8. 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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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순이익 300억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어
‘비전 2030’ 빈살만 고민 깊어질 듯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석유 탱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사우디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 약속으로 전 세계의 환심을 샀던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리더십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람코는 7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순이익이 300억달러(약 39조4590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8% 줄어든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9년 12월 이후 세 번째로 큰 수익 감소 폭”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가가 폭락한 2020년과 비슷한 규모”라고 전했다.

아람코는 “국제유가 하락과 정유·화학 제품 마진(중간이윤)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올해 초부터 세계 경제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제재에 막힌 러시아가 저렴한 가격으로 원유 공급에 나서면서 아람코가 손해를 봤다고 분석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아람코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시장 평균 예상치(298억달러)보다 많았고, 투자자 분기 배당 금액도 195억달러(25조6561억원)로 유지되는 등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문제는 아람코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인 카마르에너지의 로빈 밀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WSJ에 “아람코의 잉여현금흐름은 여전히 강하지만, 유가와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는 이상 성과 배당금을 삭감하거나 더 많은 차입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당금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상장 기업의 투자 요구 사항과 대주주의 요구 사항이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평가절하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FP연합뉴스

아람코 실적 부진에 빈살만 왕세자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우선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원유 가격이 배럴당 최소 81달러(10만6500원)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지금처럼 외국인 투자가 빈약한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위해 막대한 지출을 계속하려면 향후 5년간 유가 인상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아프리카 등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추가 원유 감산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는 이미 지난 6월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추가 감산을 예고한 뒤 7월부터 실행에 옮겼고 다음 달에도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WSJ는 “일방적인 감산이 사우디 수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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