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한 달 남은 보이스피싱범 10년 만에 검거…피해액 되찾았다

중국서 콜센터 차려놓고 사기 행각
2015년 지명수배···중국으로 도피
경찰, 40대 총책 등 2명 붙잡아

공소시효 한달을 남긴 전화금융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들은 10년 만에 돈을 찾았다.

지난 6월 14일 전화금융사기 후 지명수배되자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해오던 A씨(30대)가 인천공항으로 통해 10년 만에 입국했다.

A씨는 중국에서 현지 공안에게 붙잡혀 한국으로 추방된 것이었다. A씨는 서울지검 검사 등을 사칭해 여러 명의 피해자로부터 4800만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2015년 지명수배된 상태였다.

A씨에게는 윗선이 있었다. 경찰 역시 2013년 중국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전화금융사기를 사실상 지휘한 총책으로 B씨(40대)를 지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외 도피 중인 데다 총책이란 사실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A씨를 부산으로 압송한 경찰은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전화금융사기 사례를 찾아 수법의 유사성 등을 따져 B씨에 대한 여죄를 찾기 시작했다.

A씨의 진술과 당시 피해 사례 등을 비교해 B씨가 2013년 8월 직접 중국에서 콜센터를 차려놓고 운영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어 B씨의 국내 은신처를 찾아냈고, 7월 4일 중국에서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던 B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공소시효 완료 한 달 전이었다. 사기죄의 공소시효가 10년인 점을 고려했을 때 혐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여 남은 시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그동안 대포통장을 제공한 사기 방조 혐의 등으로 징역을 살다 나오길 반복했으나 전화금융사기의 총책인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검거한 뒤 B씨가 콜센터를 차리고 보이스피싱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10년 동안 속앓이를 했을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돌려주기 위해 B씨에게 합의하도록 노력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경찰이라고 이야기하자 처음에는 또 다른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알고 믿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이 수도권에 살아 결국 인근 지구대에 있는 경찰관들이 직접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쳐 B씨와 부산 사하경찰서에 사건이 접수된 피해자 4명은 지난 2일 피해 금액 6000여만원에 대해 합의했다.

경찰은 이들이 10년간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면서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밝히기 위해 추가 수사 중이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