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본능’ 사라진 ‘리디아 고 미스터리’ … 작년 30위 밖 한번, 올해는 30위 안 한번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지난해와 올해 리디아 고의 성적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부침이 심하다.
올해 리디아 고는 시즌 첫 출전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6위로 기세등등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10개 대회에서는 한번도 30위 이내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작년 22개 대회에서 딱 한번 30위 밖으로 밀린 것과 비교하면 정말 극과 극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작년 리디아 고는 22개 대회에서 3승을 포함해 모두 14번이나 톱10에 올랐다.
상금랭킹만 보더라도 작년 436만 달러를 획득해 상금왕에 올랐지만 올해 순위는 76위(19만 6076 달러)에 머물러 있다. 평균 타수도 68.99타(1위)에서 71.68타(65위)로 심각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년과 올해 사이에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리디아 고 미스터리’의 실체는 무엇일까.
탁월한 숏 게임 능력과 신기의 퍼팅 실력을 갖추고 있는 리디아 고에게는 늘 티샷이 문제였다. 일단 비거리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늘 약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비거리 늘리는 데 집중한 결과 2019년에만 해도 152위(245.47야드)까지 떨어졌던 비거리가 2020년 57위(254.41야드), 2021년에도 64위(259.21야드)로 올라섰다. 비거리 증가는 부활의 원동력이 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작년 93위(255.34야드)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현재 108위(253.68야드)로 조금 더 밀렸다.
티샷 정확도도 작년 140위(66.44%)였는데 올해 154위(60.83%)로 더 떨어졌다. 작년에 비해 티샷 비거리와 정확도가 더 나빠지기는 했지만 작년에도 두 부문 모두 최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티샷의 문제 보다는 다른 데서 부진의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퍼팅에서도 작년과 조금 뒤처지지만 큰 차이점은 없다. 작년 1위(1.72개)였던 그린 적중시 퍼트수는 올해 10위(1.76개)이고, 2위였던 평균 퍼트수도 2위(28.61개)에서 5위(28.75개)로 조금 밀렸을 뿐이다.
작년 최악의 티샷에도 26위로 선방했던 그린적중률(72.88%)이 올해 무려 130위(63.06%)로 100계단 이상 추락했다. 아무리 숏 게임 능력이 뛰어나고 퍼팅을 잘한다고 해도 버디 기회를 아예 잡지 못한 것이 그를 하락의 길로 인도한 셈이다.
그린적중률이 급전직하하면서 버디 본능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작년 리디아 고는 라운드 당 버디 확률 1위, 버디 획득 수 3위로 ‘버디 사냥꾼’의 면모를 과시했다. 버디 수는 3위(383개)였지만 그건 전체적인 라운드 수가 부족했기 때문일 뿐, 라운드 당 버디 확률은 4.50개로 당당히 1위였다. 4.23개로 2위에 오른 호주 동포 이민지와도 차이가 꽤 났다.
하지만 올해 버디 수 부문 52위(142개)에 머물러 있고 라운드 당 버디도 작년에 비해 평균 1개 정도가 떨어진 3.55개만을 기록하고 있다.
이따금 나오는 치명적인 오버파 스코어도 작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가장 최근 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만 하더라도 1라운드 66타를 몰아치더니 2라운드에서는 76타로 10타를 더 쳤고, 3라운드 71타로 무난한 경기를 펼쳤으나 최종일에는 다시 77타로 치솟았다. 셰브론 챔피언십 이후 75타 이상을 친 게 무려 8번이나 된다.
리디아 고처럼 부침이 심한 골퍼는 역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작년 5년 5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는데, 2006년 창설된 세계 랭킹에서 역대 최장기간 기록이었다. 한때 55위까지 내려갔던 세계랭킹을 1위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던 건 인내심이 강한 노력 형 골퍼 리디아 고가 아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추락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한번 슬럼프를 뚫고 부활했던 그의 저력이 또다시 발휘되길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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