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고, 전화끊고, 확인하고”… 용인시, 노인 보이스피싱 예방교육 ‘호응’
지난 3월 첫 교육… 지난달까지 24차례 1200여명 참여
“○○카드사 법무팀 김○○입니다. 카드 대금이 연체됐습니다. 저희가 알려드리는 계좌로 돈을 입금하시면 됩니다.”
강당 스피커에서 들리는 보이스피싱 범죄자 목소리는 방송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어눌한 말투가 아니었다. 카드사 직원과 경찰, 검찰 수사관으로 신분을 속인 그들의 말투는 어색하지 않았고 논리정연했다.
7일 경기 용인시 처인노인복지관 대강당에 모인 100여명의 어르신들은 가족을 사칭하거나 납치했다며 협박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사례가 소개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범죄 유형에 강당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용인시가 고령층을 대상으로 마련한 이날 강의는 전문강사가 지역 노인복지관, 경로당, 마을회관을 방문해 실제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찾아가는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이다.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이뤄진 24차례 교육에는 12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금융기관과 수사기관을 사칭해 입금을 유도하는 보이스피싱과 문자메시지로 전송된 인터넷 링크를 활용한 최신 범죄 수법(스미싱) 등이 1시간가량 이어진 교육에서 소개됐다.
교육에 참여한 김명수씨(73)는 “얼마 전 택배를 가장한 피싱 피해를 당할뻔한 후 절대 문자메시지 인터넷 링크를 열지 않는다”며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피해 사례를 종종 듣는데 노인층이 범죄의 주요 대상이 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나병순씨(78)는 “예전에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을 때는 조선족 말투를 써서 범죄라는 사실을 직감했지만 교육에 나온 사례는 말투에서 전혀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없었다”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의심하고, 전화끊고, 확인하고… 어르신들! 고스톱할 때처럼 ‘쓰리고’ 꼭 기억하세요”
이날 교육을 진행한 용인시 시민안전관실 이경애 강사는 이 같이 당부했다.
이 강사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에 미숙한 노인층을 표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경제적인 피해를 넘어 사기를 당했다는 심리적 자책감까지 안겨주는 악질 범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피해 규모가 1451여억원에 달한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절반 가까이가 60대 이상(46.7%)으로 가장 많다. 이어 50대(33.1%), 40대(10.1%), 30대(3.7%), 20대(6.4%) 순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피해 위험이 컸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지인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전화를 건 상대가 지인이 맞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독촉하며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해도 절대 서두르지 말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용인시 관계자는 “고령층이 피해를 당하지 않고 안전한 노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마련했다”며 “상황별 대응 요령을 쉽게 설명해 보이스피싱 경각심을 일깨우는 한편 사례 소개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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