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정우성 떨게 만든 '오펜하이머', 韓 극장가도 신드롬 시동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한국영화가 기지개를 편 것도 잠시, 또다시 외화의 강력한 역습이 시작된다. '세계적인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신작 '오펜하이머'로 자체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쓴 데 이어 15일 한국 상륙이 임박했다.
'오펜하이머'는 2006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오펜하이머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및 편집자. 그간 '메멘토' '다크 나이트' '인셉션' '덩케르크' 등 수작을 꾸준히 배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2014년 '인터스텔라'로 한국에서 1000만 흥행 신화를 이루기도 했다. 이번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11번째 장편으로, 2020년 '테넷'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영화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 J.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그린다. 실제 J.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비밀리에 추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미국의 물리학자다. 인류 최초로 성공한 '원자폭탄의 아버지'로서 그의 삶을 조명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시점에 따라 컬러와 흑백 전환, 1인칭 각본으로 변주를 꾀했고 인물의 내면을 온전히 전달하며 또 한 편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아내이자 제작자로 영화에 참여한 엠마 토마스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전에 보여준 적이 없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읽은 대본 중 최고의 대본"이라고 자신했던 이유다.
킬리언 미피의 심도 있는 열연도 '오펜하이머'의 완성도에 크게 한몫했다. 그는 '덩케르크'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셉션' '다크 나이트' '배트맨 비긴즈' 등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수 작품에 출연한 바 있으나, 주인공을 꿰찬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킬리언 미피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주연이 될 때야. 지금까지 한 번도 도전해본 적 없는 캐릭터를 맡게 될 거야'라고 말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항상 그와 작업할 수 있기를 바랐고, 우리 모두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라고 최적의 캐스팅임을 자랑했다. 킬리언 미피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배우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배우들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정말로 믿는다. 우리가 장면을 찾고 실험하고 탐구하도록 만든다. 놀란 감독의 음표는 매우 정확하고 간결하며 짧다. 그것이 그의 천재성이다. 정말 경이롭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기에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조쉬 하트넷, 케이시 애플렉 등 역대급 라인업으로 러닝타임 3시간을 지루할 틈 없이 꽉 채웠다.
이에 '오펜하이머'는 7월 21일(현지시간) 북미 개봉 이후 전 세계 46개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외신은 일제히 "틀림없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가장 인상적인 작품", "뚜렷한 놀란 감성을 지닌 서사적 사극" 등 찬사를 쏟아냈다. 킬리언 미피에 대해서도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면서 복잡한 캐릭터를 파고드는 역할을 완전히 수용했다"라고 극찬을 보냈다.
결국 '오펜하이머'는 개봉 3주 만에 5억, 5290만 달러(한화 약 6,532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북미 지역에서 올해 개봉작 중 최고 높은 수익을 낸 R등급(17세 미만 보호자동반 관람가) 영화다.
이뿐만 아니라, 연일 기록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오펜하이머'다. 투자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에 따르면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달성했다. 이로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자신의 전작 '덩케르크'(5억 2,700만 달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4억 8,200만 달러)마저 뛰어넘은 것. 또한 '오펜하이머'는 '보헤미안 랩소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단 4편의 전기 영화 중 하나로 등극했다. 더불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역대 최고 흥행 작품으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드롬급 인기로 '오펜하이머'는 벌써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타이틀롤 킬리언 머피와 루이스 스트로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내년 개최 예정인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후보로 내다봤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작품상, 감독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외신의 예측도 이어졌다.
이에 '오펜하이머'를 향한 국내 반응도 심삼치 않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전체 예매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 8일 현재 '오펜하이머'의 예매율 수치는 32.6%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며 흥행 복병으로 급부상, 극장가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예매 관객 수는 15만 5,641명이다.
기존 왕좌 '밀수'를 위협하는 흥행세를 몰고 온 '오펜하이머'. 9일 이병헌 박서준 주연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15일 유해진·김희선의 로맨틱 코미디 '달짝지근해: 7510', 정우성의 첫 연출작 '보호자' 등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오펜하이머'는 분위기를 선점하며 역대 외화 흥행 성적을 다시 갈아치울 것으로 예측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한국 극장가에서 또다시 어떤 흥행신화를 써내려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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