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면책한 헌법재판소, 존재 이유 잃었다”
“헌법재판소는 스스로를 탄핵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헌법재판소를 두고 전문가들이 “헌법재판소가 스스로를 탄핵했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할 헌재가 장관의 의무를 협소하게 해석해 면책해줌으로써 스스로 존재 이유를 허물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8일 오후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이상민 장관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비평했다. 헌재는 지난 25일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미흡하게 대응한 점이 있으나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헌재가 헌법이 아닌 법률을 어겼는지에 집중해 견강부회식 해석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헌법 제34조에 따르면 국가는 모든 재난에 책임을 지는 데도 헌재가 이 전제를 간과한 채 재난안전법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법률 조항을 파편화해 미분함으로써 총체적 법률적 책임조차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해체했다”며 “헌재처럼 꼼꼼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유지하면 탄핵을 통해 파면될 공직자는 없다”고 했다. 헌재는 재난안전법 위반 여부를 상세하게 따져 이 장관에게 파면당할 정도의 잘못은 없다고 봤는데, 탄핵심판에선 안전과 재난의 총괄 책임을 이 장관에게 계속 맡길 수 있는지를 헌법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의 기본권 보호의무와 성실의무를 헌재가 지나치게 느슨하게 따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재는 당시 ‘국가가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든지 또는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불충분한 조치에 그치는 등 적절하고 효율적인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음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헌재가 이런 심판기준을 택할 때부터 결론이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김선휴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이태원 참사는) 참사 대응의 가장 핵심적 문제로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계속 지목됐다”며 “그런데도 일정 부분 (의료·소방) 시스템이 작동했고 이 장관이 시스템 작동 결과를 보고받았거나 보고에 따른 원론적 지시를 했다고 해서 성실의무·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에 면죄부를 준다면 과연 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아닌 행정부의 장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본 헌재 판단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과 달리 행정 각부의 장은 민주적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부여받았고 임기나 해임 사유도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장관의 공백이 헌정 질서에 가져오는 혼란과 손실은 대통령의 공백보다 현저히 적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결정으로 헌재가 파면의 허들을 매우 높게 세워둔 탓에 장관들은 의도적으로 국가 기능을 훼손하는 등 명백하고 현저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수준이 아닌 한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해 상당히 폭넓게 면죄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렇게 헌법과 국민 앞에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면 이들이 열과 성을 다해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공직자로서 직책을 수행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심판 기각 결정으로 이제 더 이상 행안부 장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는 없다”며 “국민 입장에선 누구를 믿고 우리 생명과 안전, 재산을 맡길 것인지에 대한 답이 사라져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절실한 시대적 당위를 구성한다”며 “사람의 생명 앞에 눈 감지 않는 정부, 국민의 안전을 자본의 뒤편에 두지 않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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