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급히 소진하려다…軍, 성능 미달 방탄헬멧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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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탄복과 방탄 헬멧들 중 일부가 방탄 성능이 떨어져 장병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능 저하가 확인된 방탄 군수품 일부는 예산이 불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급하게 계약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또 육군이 방사청과 '방탄헬멧' 수십억 원치를 계약하는 과정에서 허위 품질결과서 작성과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미달품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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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탄복과 방탄 헬멧들 중 일부가 방탄 성능이 떨어져 장병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능 저하가 확인된 방탄 군수품 일부는 예산이 불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급하게 계약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8일 ‘방탄물품 획득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해군·해병대에 보급된 방탄복 Ⅰ형을 대상으로 해수처리 후 방탄 성능을 점검한 결과 해수침투 저항 성능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수 침투 저항 성능은 해상작전을 수행하면서 침투되는 바닷물에 방탄 성능이 훼손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영국 메트로폴리탄 경찰청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수에 3시간 동안 노출된 방탄복은 관통 확률이 70%까지 증가하면서 성능 저하가 확인됐다.
군은 작전을 수행하면서 해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 해병대원의 방탄복 구매요구서에 해수방수 능력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에 국방부가 방탄복 Ⅰ형의 구매요구서에 해상작전 환경 등을 고려한 해수침투 저항 성능 기준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함정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에게 지급하는 부력방탄복에 대해서도 성능저하문제도 지적했다.
해군은 1998년부터 부력방탄복의 파편탄 방호 기준(470㎧)을 현재까지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방탄복 Ⅰ형의 파편탄 기준(560㎧ 이상)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감사원 자체 점검 결과 드러났다. 방탄복 Ⅰ형 대비 부력방탄복의 위력이 30% 정도 낮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육군이 방사청과 ‘방탄헬멧’ 수십억 원치를 계약하는 과정에서 허위 품질결과서 작성과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미달품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육군본부와 방위상업청은 2021년 12월 노후 헬멧 교체의 시급성과 예산 불용 방지를 이유로 ‘선납품·후검사’ 조건으로 43억 원의 경량방탄 헬멧 구매 계약을 완료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선납품·후검사’ 요건인 북핵 위협 등 긴급 안보 상황이 충족되지 않았지만, 방사청은 육군의 요구를 그대로 승인해 준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같은 구매와 관련해 “2021년 내에 납품이 되지 않으면 관련 예산 44억 원 이 모두 불용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예산 불용을 막기 위해 촉박한 기한 내에 계약을 체결한 결과 방탄헬멧 부자재 불량품 수천 개가 속출했다.
방탄 헬멧 전량이 육군에 납품된 건 2021년 12월이었지만, 불량 문제로 실제 산하 부대 보급된 건 2022년 10월이었다.
선납품을 받은 부분은 규정 위반이었지만, 그 후 실시한 ‘후검사’는 더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육군군수사령부(군수사)는 2022년 1월부터 같은 해 3월까지 경량방탄헬멧의 완제품 품질검사를 수행하며 ‘충격 흡수력(함몰깊이)’ 측정값을 확인하지 못했다.
당시 군수사는 미국 방탄시험기관(NTS)과 국내 연구소에 품질 검사를 의뢰했지만, 헬멧에 부착된 벨크로를 제거하지 않는 등 성능시험을 잘못 의뢰했고 해당 기관으로부터 “충격 흡수력 중 함몰깊이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감사원은 성능 시험을 잘못 의뢰했음에도 관련 업무 담당자 A 씨가 재검사를 의뢰하지 않은 채 구매계약평가 시 제출된 시제품의 측정값을 완제품 측정값으로 품질 결과서에 허위 입력한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납품 업체 관계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시제품의 충격흡수력 결과를 받았다. 감사 기간 중 감사원이 NTS에 방탄헬멧 완제품의 충격흡수력(함몰깊이)을 재의뢰한 결과 군 요구성능에 미달하는 제품이 발견됐고 감사원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A 씨에 대한 징계(정직)를 요구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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