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김은경 혁신위, ‘공천 개혁’도 물거품?
당내 반발 격화…“방화범이 불 끄는 법 알려주는 꼴”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운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쇄신 전권을 부여받은 김은경 위원장이 '노인 폄하' 설화에 이어 '가족사 논란'에 휘말리면서다. 이에 혁신위를 비판해온 비이재명계뿐 아니라 친이재명계 내부에서도 '혁신위 무용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당내 반발이 격화되면서 혁신위가 예고한 공천 개혁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위태로운 김은경, 혁신위 분위기도 '뒤숭숭'
당초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임기는 9월 정기국회 전후였다. 그러나 돌연 활동기한을 8월 마지막 주로 단축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이 잇따른 설화에 휩싸이면서다. '노인 폄하' 논란에 휩싸였던 김 위원장은 최근에는 시누이의 '저격글'로 궁지에 몰렸다. 김 위원장의 시누이는 지난 5일 블로그를 통해 김 위원장 남편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 극심한 부부 간 불화가 있었으며, 이후 김 위원장이 시아버지가 다수의 특허를 출원해가며 일군 회사를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위원장의 아들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김 위원장 본인은 가족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사퇴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을 겨냥, "혁신을 주도한다는 사람이 노인 비하 발언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니 이를 수습한다며 대한노인회를 방문하고 사과하면서 했던 '시부모 18년 부양'도 새빨간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을 이재명 대표도 직시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 분위기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당초 김 위원장의 방패 역할을 자처하던 당 지도부와 혁신위 내부에서도 불만과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혁신위 한 관계자는 "해외사례 등을 검토하며 당의 민주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찾고 있다. 어느 정도 윤곽도 나온 상황"이라면서도 "(김 위원장과 관련한) 이슈가 너무 많다 보니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에게 당 쇄신 전권을 위임한 이재명 대표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노인 폄하 논란을 일으킨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발언 때문에 마음에 상처 받았을 분들이 계신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경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의원들 집단 비토에 공천 개혁 '사장' 위기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비명계 의원뿐 아니라 일부 친명계 의원들도 김 위원장의 사퇴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논란을 일으킨 김 위원장이 혁신위에서 나오지 않으면, 향후 혁신위가 내놓는 쇄신안들이 줄줄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현 상황은 방화범이 나서서 불 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선 꼴"이라며 "당장 당내 신뢰도 얻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되돌릴 혁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계파를 떠나 많은 의원들이 혁신위 성공 가능성에 회의감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혁신위의 '핵심 과제'로 주목받았던 공천 개혁 가능성에도 의문 부호가 찍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20일 첫 혁신위 회의에서 "공천 과정에서 현역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체계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혁신위는 정치 신인에게 경선을 보장하거나 가산점을 확대하는 등의 총선 공천 규칙 변경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당내 의원들이 '김은경표 공천 개혁'을 전면 거부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혁신위가 기대를 넘어서 당에 해악을 끼치고 있으니 빨리 종료해야 한다"며 "혁신위를 혁신하라는 말까지 회자된다"고 말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혁신위는 남에게 혁신을 요구하기 전에 본인들부터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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