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 막자…산업계, 대책회의·사업장 점검 등 만반 준비(종합)
車·철강·에너지업계, '태풍영향권' 공장 침수피해 차단 주력
유통업계, 외벽 현수막 등 철거…취약점포 안전점검 강화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을 앞두고 산업계가 집중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특히 직접적인 태풍 영향권에 드는 조선업계와 해안에 공장을 보유한 자동차·에너지·화학업계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사전 점검과 현장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소 '비상'…대책회의 열고 크레인 등 고정
8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은 조선소가 바다에 인접하고, 골리앗 크레인 등 각종 철제 구조물이 많아 태풍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현장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태풍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 파악하는 동시에 총 4단계의 태풍 위험등급 중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태풍 비상대책위원회와 태풍 상황실 운영에 들어갔다.
또 울산 조선소 내 위험물질을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고, 군함 2척을 포함해 총 7척의 선박을 피항 조치했다. 건조 중인 선박 13척은 강풍 대비를 위해 계류 로프를 보강했다.
HD현대중공업의 지주사인 HD현대 권오갑 회장과 정기선 사장 등 경영진도 조선소를 찾아 태풍 대비 현황을 점검했다. HD현대중공업의 한영석 부회장과 이상균 사장은 휴가 중인 지난 7일 태풍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거제에 조선소를 보유한 삼성중공업은 안벽에 계류 중인 선박의 고정 로프를 보강하고, 터그선(예인선) 13척을 비상대기시켰다.
아울러 크레인과 옥외작업장 물품을 고박·고정했고, 집중호우에 대비해 배수구도 정리했다.
삼성중공업은 태풍 영향권에 들어서면 조선소 전 야드 출입·통행을 금지할 계획이다.
車·에너지업계, '태풍영향권' 공장 피해 차단 주력
태풍 영향권인 울산에 공장이 있는 현대차는 태풍과 호우에 따른 차량 침수를 막기 위해 사내 안전 구역으로 차량 5천대를 옮겼다.
또 강풍과 우천에 대비해 공장 내 창문을 '상시 닫음' 상태로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 사업장의 지붕, 벽체, 유리창, 배관, 지하 매설물, 전기 설비, 가스 등 위험물 저장시설, 차수판, 배수펌프 등을 점검했다.
특히 공장에서는 ▲ 배수로·맨홀 점검 ▲ 옥상 잔재물 청소 ▲ 배수 드레인(거름망) 상태 점검·청소 ▲ 생산시설·사무동 주변 적치물 및 이물질 정리 ▲ 침수 방지용 자재 보유 실태 확인 등을 마무리했다.
경남 창원에 사업장을 둔 LG전자는 사업장 내 설치된 우수관, 배수로, 배수펌프 등의 시설 점검과 입간판이나 현수막과 같은 구조물에 대한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장 지하주차장 등 침수 위험이 높은 저지대에는 침수 방지막 설치를 준비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 CLX)는 폭우나 태풍 예보 때 비상대응 절차에 따라 지정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도록 근무자들에게 사전 안내하고 있다.
상황실과 조정실에서는 24시간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전국 주유소에서도 노후 시설물 등에 대한 사전 점검과 간판 등 이동시설물에 대한 결박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전남 여수 등에 공장을 둔 LG화학도 비상 대응 매뉴얼을 구축해 공장별 점검에 나섰다.
번개에 대비한 피뢰 및 접지 시설 점검, 정전에 대비한 비상 조명 시스템 점검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공사현장 배수로 점검하고 위험구조물 제거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 현장의 배수로를 점검하고 양수 펌프를 추가 배치하는 등 시설 점검에 나섰다.
경사면의 하중을 증가시키는 차량 운행이나 자재 쌓기도 금지했다.
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직원들에게 미끄럼 주의를 당부하고, 간판 등 강풍으로 추락 위험이 있는 구조물을 제거했다.
현장에 배치된 타워크레인이 전도되는 일이 없도록 결속장치를 해제해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회전하도록 하는 조치도 취했다.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들도 강풍에 대비해 전국 사업장의 외곽 자재 등의 상태를 사전 점검하고, 배수로·우수로 정비, 지하 시설물 등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제2의 힌남노 피해 없다"…차수벽 대거 설치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근 냉천이 범람해 사상 최초로 포항제철소 공장 가동이 중단돼 큰 피해를 본 포스코는 철저한 대비로 피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포항제철소는 냉천 범람 가능성에 대비해 정문에서 3문에 이르는 1.9㎞ 구간에 지난 5월 말까지 사람 키보다 높은 2m 높이의 차수벽을 쳤다.
차수벽 앞에 있는 600m 길이의 배수로 구간에서는 이달부터 9월까지 추가 준설이 진행된다. 범람한 하천물이 밀려와도 차수벽을 넘기 전에 주변으로 잘 흘러 나가게 하려는 조처다.
포스코는 또 포항제철소 외곽 냉천의 흙 제방 1.65㎞ 구간에 흙 유실을 막아주는 강철 철판 말뚝인 시트 파일 4천150개를 박았다.
이 밖에도 포항제철소는 공장, 건물, 지하 시설물 등 저지대 침수 취약지에 1m 높이 차수판도 추가로 설치했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제철소인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변전소, 전기실 등 호우로 빗물 유입이 예상되는 곳에 0.5∼1m 높이의 차수벽과 차수판 설치했다.
광양제철소의 침수 취약지인 원료 야적장 등에서는 지상·지하의 16개 저류조에 빗물을 저장한다. 저장된 빗물은 일 7만t의 처리 능력을 가진 우수 처리 설비 4개를 통해 정화된 뒤 해양으로 방류된다.
유통업계도 외벽 현수막 철거 등 시설물 안전 강화
유통업계도 위험 시설물 점검을 서두르는 등 태풍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점포 외벽에 있는 현수막 등을 모두 철거하고 파라솔, 야외 테이블 등을 고정하거나 실내로 옮길 예정이다.
또 점포별로 차수판과 수방 장비를 배치하고 취약 점포를 중심으로 미리 배수 상태를 점검해 조치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남부지방 점포의 안전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남부지방 점포에 본사 안전관리 담당자를 파견해 시설물 상태를 재확인하는 등 인명·재산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인다.
현대백화점도 부산, 울산, 대구 등 영남지역 점포를 우선 대상으로 안전 대책을 수립함과 동시에 자체 시설물 점검을 진행 중이며, 태풍 이동 경로에 따라 이를 수도권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직원 및 고객의 넘어짐 사고를 예방하고자 매장 주출입구 동선과 무빙워크, 에스컬레이터 입구 등에 바닥 매트를 추가로 비치하고 물기 제거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매장별로 간판·현수막 등의 고정 상태를 점검하고, 외곽 절개지 등 토사 붕괴의 위험이 있는 지역은 1시간마다 2인 1조로 순회 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권혜진 김기훈 이신영 김보경 차대운 기자)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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