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스카우트 대원들, 파주 '설마리 전투비' 찾아 6·25참전용사 추모

허고운 기자 2023. 8. 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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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이고 특별한 경험"… 35도 더위에도 "평생 남을 추억"
보훈부 지원으로 10일까지 3차례 '평화 캠프' 프로그램 참가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영국군 설마리전투 추모공원을 방문해 베레모 형상의 참전비에 묵념하고 있다. 2023.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파주=뉴스1) 허고운 기자 =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퇴영(退營)한 영국 대표단이 8일 한국전쟁(6·25전쟁) 때 우리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영국 참전용사들의 뜻을 기리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 잼버리 참가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영국 스카우트 대원 중 약 400명은 이날 오전 우리 국가보훈부의 지원으로 경기도 파주 소재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을 방문, 전적비를 참배했다.

설마리 추모공원은 6·25전쟁 시기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영국군 글로스터셔연대가 1951년 4월22~25일 나흘간 파주 설마리 일대 제235고지 등에서 중공군 제63군 등에 맞서 격전을 치른 '설마리 전투'(글로스터 고지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2014년 4월 준공된 곳이다.

영국군은 당시 전투에서 1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으나, 중공군의 진격을 지연시켜 서울 침공을 저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곳을 찾은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설마리 전투에 대한 주한영국대사관 무관부 소속 마틴 영 소령의 설명을 듣고 "놀랍고 존경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대원들은 전적비 헌화 행사 뒤 삼삼오오 흩어져 공원을 둘러보며 전투 관련 기록들을 살펴보며 기념촬영을 했다. 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였으나 더위를 호소하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대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현장에 함께한 한 남성 청소년 대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우린 스카우트이기 때문에 불평하지 않는다"며 "특히 전쟁의 역사가 깃든 곳에선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영국군 설마리전투 추모공원을 방문해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2023.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옆에 있던 다른 대원도 "우린 관광객이 아니다"며 "지금 행사는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거들었다.

이날 설마리 추모공원 방문엔 6·25전쟁 참전용사 로버트 쿡의 손자 폴 잭슨도 영국 스카우트 대원 자격으로 함께했다.

잭슨은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날 무렵 한국에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했다"며 "그는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자랑스러워했다"고 전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영국 스카우트 제1기였기에 이곳 방문이 훨씬 더 감동적이고 특별하다"고 밝혔다.

잭슨과 함께 취재진을 만난 청소년 대원 네이선은 "오늘 일정은 그저 놀랍고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청소년 대원 도미닉은 "한국 문화, 한국인의 생각 등 잘 몰랐던 걸 배우게 됐다"며 "특히 전쟁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흥미로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 여성 청소년 대원 엠마는 전날 서울시내 관광을 했다며 "그저 놀라운 곳이다. 모두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줬다"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취재진과 만난 영국 스카우트 대원 대부분은 앞서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의 잼버리 야영장 생활 기간 중 경험이나 소감 등에 관한 질문엔 "답변할 수 없다"거나 "한국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등의 말로 즉답을 피했다.

8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영국군 설마리전투 추모공원을 찾은 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이 영국군 6·25 전쟁 참전용사 기념동상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다. 2023.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날 설마리 추모공원 방문에 이어, 오후에선 서울 용산구 소재 전쟁기념관과 동작구 소재 국립서울현충원도 돌아볼 계획이다.

이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당초 이달 1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일정으로 새만금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회 첫날부터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하고 열악한 야영지 여건과 음식물·화장실 등 위생 문제에 대한 지적까지 이어지면서 영국 대표단은 4일 조기 퇴영을 결정, 5일부터 서울 등지에서 머물고 있다.

이번 잼버리에 참가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은 4400여명 규모로 150여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많다.

보훈부는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조기 퇴영 소식에 청소년 대원 등 1200명을 대상으로 하는 '평화 캠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보훈부가 제반 비용을 부담하는 이 프로그램은 오는 10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앞뒤 재지 않고 직접 영국 측에 연락했고, 다행히 영국 측에서 흔쾌히 응해줬다"며 "무엇보다 영국 학생들이 할아버지 세대가 지킨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 하나만큼은 가슴에 꼭 담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새만금 야영장에 남아 있던 다른 나라 스카우트 대원들도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에 따른 안전 확보를 위해 이날 오전부터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한 각 지역으로 숙소를 옮기고 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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