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치솟는 청년실업률·구직난 속 취업사기까지 기승

이종섭 기자 2023. 8. 8. 15: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충칭시에서 지난 4월 개최된 취업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몰려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사는 저우핑(周平)은 최근 취업정보사이트에서 동영상 운영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제출했다. 모집 공고에는 학력과 경력 제한이 없으며 월 4000위안(약 72만원)의 임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입사 전 3개월의 교육과 1만9800위안(약 360만원)의 교육훈련비가 필요하다며 비용을 대출 받은 뒤 매월 급여에서 분할 상환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고민 끝에 대출을 받아 교육 과정을 이수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돌아왔다. 회사는 관련 취업 정보만 안내할 뿐 고용을 책임지지 않았고, 그는 결국 취업에 실패한 뒤 빚만 떠안아야 했다.

중국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상황에서 구직난을 틈탄 취업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이 운영하는 소비자민원 플랫폼에는 현재 1만5000건에 달하는 채용 관련 민원이 제기돼 있다. 대부분 허위 취업 광고나 취업 훈련기관의 사기 행각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다. 또 구인·구직 플랫폼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이 최근 진행한 조사에서는 구직자의 33.6%가 직접 채용사기를 경험했고, 29.7%는 친구나 지인이 채용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사기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고액 임금이나 일자리 알선, 교육 훈련을 미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가장 빈번하다. 일례로 최근 상하이에서는 고액 임금을 미끼로 구직자들을 유인한 뒤 취업을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이 필요하다며 ‘학습 증명서’ 발급 비용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여러명의 피해자로부터 18만위안(약 3271만원)을 가로챈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는 7∼8월 졸업 시즌과 치솟는 청년실업률이 맞물려 최근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은 21.3%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실업자라는 얘기다. 여기에 일시적 구직단념자 등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미취업 청년들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청년실업률은 50%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이번 7∼8월에는 사상 최대인 1158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일시에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와 구직난이 가중된 상황이다.

치솟는 청년실업률은 다른 여러가지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대학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생들에게 가짜 취업증명서를 요구하거나 단기 임시직 일자리를 강요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교육당국은 이같은 사례가 빈번하자 최근 전담팀을 편성해 각 대학의 취업 자료를 점검하고 허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정히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