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살인예고글 처벌...바빠진 국회의원들

조정훈·홍석준, 관련 입법 준비나서
반짝 논의 우려에...“최대한 빨리 통과”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지하쇼핑센터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림역에 이어 서현역에서 ‘묻지마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쏟아질 조짐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비롯해 살인예고글에 대한 형사처벌법 등이 대표적이다. 발의에 나선 의원들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이슈가 지나가고 나면 계류된 법안만 남는 현상 반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을 9일 발의하기로 했다. 조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을 보복범죄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를 신속하게 도입함으로써 보복범죄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 법안에는 국민의힘은 물론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묻지마 강력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흉악범죄에 대해 형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공감한 것이다. 조 의원 측은 여야가 법안 발의에 함께 참여했고, 법무부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조기에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행법상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은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뒤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조 의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뿐만 아니라 이같은 가석방 조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법안에 함께 담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인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살인예고글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법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 오전 7시까지 인터넷상에 올라온 살인예고글은 187건에 이른다. 살인예고글이 우후죽순 올라오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홍 의원이 검토중인 개정안은 살인예고와 같은 게시물로 시민들의 공포심을 유발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처럼 각종 법안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야 관계가 극과 극인 상황에서 이슈가 잠잠해지면 법안 처리가 밀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폭행하거나 살해한 부산 돌려차기남 사건과 정유정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이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지난 6월 당정은 중대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확대하는 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관련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여전히 법사위 소위에 계류중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2016년에도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묻지마 범죄가 있었는데, 입법 논의는 특정 이슈가 불거질 때만 ‘반짝’하고 다시 잠잠해지는 현상이 반복돼왔다”고 꼬집었다. 조정훈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을 때 감자가 식기 전 요리하는 게 정치의 책임이고 의무”라며 “최대한 빨리 법사위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해서 이번달 혹은 다음달에 소위에서 논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이를 위해 법사위 양당 간사에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공동발의를 받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다.

홍석준 의원도 “이슈가 한 번 끓었다 시간이 지나면 확 식어버리고 다른 이슈에 파묻히는 경우가 많다”며 “(살인예고글의 경우) 해외 입법에서도 엄격하게 다루고 있고,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라서 개정안을 내고 세미나 등을 열어 조속 처리를 촉구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